여름향이 제법 나던 지난달, 코로나19 신규확진자가 1천명대에 진입하더니 순식간에 2천명을 넘어섰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4단계로 격상됐다.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모두의집'으로 달려왔는데 당분간 그럴 수 없다. 센터를 제집처럼 찾던 아이들의 마음에 서운함이 가득하다.
법으로 정해진 것이라, 센터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걱정되는 마음에 매일 전화로 안부를 확인한다. "잘 지내고 있니?"
그때마다 마음이 갑갑하다. 코로나 시대의 고비마다 '보호'라는 명목을 내세워 곳곳에 빗장을 걸어둔 결과는 아이들의 희생이다. 코로나가 심각해지면 학교부터 문을 걸어 잠근다. 심지어 동네 놀이터에도 출입을 통제하는 띠가 둘러쳐졌다. 사회 분위기가 엄혹해질수록 엄마아빠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밖으로 나가야만 하는데, 아이들은 집 안에만 갇혀야 한다. 그런 '고립'에 대해, 어른들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고민하지 않는다. 그렇게 1년 반이나 흘렀다.
집에만 갇혀야 하는 아이, 어른들은 들여다보지 않아
그렇다고 넋 놓고 가만있을 순 없었다. 아이들 대부분 마음의 준비를 할 겨를도 없이 이른 방학을 맞았다. 학교를 가지 못하면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생길까 걱정이 태산이다. 그렇지 않아도 센터의 선생님들은 간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래는 아이들의 어머니나 동네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직접 요리를 해서 아이들과 함께 나눠 먹으려고 했어요. 그러면서 아동권리를 담은 메시지도 써서 편지로 전해주는 것도 함께요." 선생님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바로 조리해 따뜻한 김이 올라오는, 정성이 담긴 음식을 건네며 매일 보는 동네 어른 또는 엄마가 '너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권리가 있는 아이'라고 말해준다면, 그런 대접을 받았을 아이의 표정을 상상하니 아쉬움은 배가 됐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무산된 것을 아쉬워할 틈은 없었다. 어떤 아이는 당장 내일 점심을 챙겨 먹지 못할지 모른다.
여러 규제 탓 급식 못하는 센터, 완제품 간식 모색에 나서
실제 센터가 실시한 수요조사에서도 하루 동안 식사량을 묻는 질문에 세끼를 모두 챙겨 먹는 아이들은 절반에 불과했다. 하루에 1끼, 혹은 1끼와 간식 정도로 보내는 아이는 3명이나 있었고, 하루 동안 간식만 먹었다는 아이도 2명이 있었다.
그렇지만 여러 규제 탓에 센터가 급식을 할 순 없다. 완제품 위주로 식사가 될 만한 간식을 구성했다. "처음엔 그래도 쌀이 들어간, 밥 종류를 줘야 하지 않을까 싶어 김밥을 준비했는데, 아이들이 보자마자 실망하더라구요. 왜 그러냐 물어보니, 엄마가 일하러 나가면서 김밥을 사다 놓고 간대요. 며칠을 김밥만 먹어서 질렸다고.."
센터 선생님들은 간식의 의미를 좀 더 살려보기로 했다. 든든하면서도 아이들이 즐겁게 먹을 수 있는 것. 도저히 실패하기 어려운 아이들의 '최애 간식' 피자, 치킨을 비롯해 마카롱, 케이크, 팥빙수 등 접하기 어려운 간식도 등장했다.
든든고 즐겁게 먹을수 있는 간식의 의미 되돌아보게돼
피자·닭강정 '최애 메뉴'… 과일·샌드위치 의외의 인기
간식 프로그램을 시작하고 2주가 흐른 후, 가장 좋았던 간식을 물어보니 피자와 닭강정이 1, 2위를 차지했다. 의외로 샌드위치·과일도 인기가 참 좋았다.
"일주일에 2번 정도는 꼭 과일을 넣으려고 해요. 골고루 과일을 먹어야 건강해지는데, 과일은 정말 엄마가 챙겨줘야 먹는 거잖아요."
배보다 더 고팠던 건 선생님과 친구들 만나는 '찰나의 순간'
요즘은 간식을 나눠주는 시간이 되면 센터에 등록되지 않은 아이들도, 평소에 잘 오지 않던 아이들도 자주 센터를 찾아온다. 간식을 받으러 와서 아주 잠깐이지만 자신을 반가워하는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까르르 웃고 떠드는 찰나의 순간이 그리워서다. 사는 것이 참 별것 없다고 느껴지는 요즘, 가끔은 사소한 것이 삶을 특별하게 만든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