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다시 집으로 되돌려 보낼 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코로나와 함께 아이들 방학이 예고 없이 시작됐다. 급한 대로 아이들의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간식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한시름을 놓았다. 하지만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하려고 준비한 여름방학 놀이프로그램들도 모두 '일시정지'가 돼 버린 것.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할 수 있겠지, 살짝 기대했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속절없이 여름방학을 코로나에 뺏길 판이다.

우두커니 가만있을 순 없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아이들의 방학을 지켜야 했다.  

 

 

열번째 이야기 - 선생님의 편지

"너무나 오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다시 집으로 되돌려 보낼 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는 황문주(경기과학기술대 4학년) 선생님은 매일 간식을 받고 뒤돌아 걸어가는 아이들의 '아쉬움 가득한 등'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우리 아이들은 대부분 방과 후 시간을 센터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아요. 같이 놀이 활동도 하고 보드게임도 하면서 친밀하게 소통할 기회가 많았는데, 코로나로 센터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줄면서 집에서 아이들이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됐습니다."

아이들, 하루 대부분 집에서 혼자서 시간 보내게돼
집에서도 같이 할 수 있는 비대면 프로그램 구상
간식과 함께 활동 키트 전달… 그림 퀴즈·텀블러 만들기 등 호응
이제 아이들과 친해졌는데, 또 다시 아이들은 하루 대부분을 혼자 있게 됐다. 그렇다면 하루에 1시간이라도 '추억'을 만들면 어떨까,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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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플레이스타터가 노트북 모니터 속 아이들과 활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제공

"집에서도 같이 할 수 있는 비대면 온라인 활동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여러 선생님과 매일 다른 주제로 정해진 시간에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해 진행하게 됐어요."

그렇게 간식과 함께 비대면 프로그램인 '다놀 프로그램'에 활용할 활동키트를 아이들 손에 쥐어주었다.

황 선생님은 '숨은 그림찾기'와 '그림퀴즈'를 맡았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임의 재미요소를 넣어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도 했다.

"솔직히 처음 하는 온라인 수업이고 진행도 부족했는데, 선생님 수업이 즐겁다며 선생님 수업만 기다려진다는 아이들의 말에 정말 고마웠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생각보다 정도 많고 표현도 잘해줘 힘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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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문주 선생님이 여름방학 비대면 프로그램 '다놀'을 위해 직접 만든 퀴즈게임과 영상 속 선생님의 모습.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제공

그래도 가장 보람된 순간은 매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간식을 나눠주며 아이들의 얼굴을 직접 볼 때다. 아침과 점심도 거르고 간식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이 대신 간식을 가지러 온 부모님에게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아이가 너무 좋아해요" "아이가 센터 가는 것만 기다려요. 우리 아이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색하고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비록 애초의 계획과는 달라졌지만, 그래도 센터의 아이들은 하루에 1시간씩 여름방학의 추억을 쌓았다. 나만의 텀블러도 만들었고, 시흥플레이스타터들과 감정수업도 해보았으며 온라인에서 친구들과 '슬라임 배틀'도 겨뤄보았다. 그리고 황 선생님은 여름방학의 추억을 소중한 기록으로 남겨 기자에게 전달해주었다. 

스마트폰 게임·유튜브 보며 시간 때우는 하루
모두의집에서 시끌벅적했던 웃음소리가 그리워
코로나가 38명 아이들(센터 참여 아동 중 설문조사에 응한 아동)의 여름방학을 비켜 지나갔다면, 14명 아이들이 5시간 이상 아무도 없는 집에 덩그러니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아빠 없이 홀로 남겨진 아이들이 핸드폰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며 시간을 때우지 않았을 테다. 아마 모두의집에 다 같이 모여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깔깔깔' 웃었을 것이다. 그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그립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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