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약사, 의사 등 이른바 '사'자 전문직과 플랫폼 기업 사이의 다툼은 법률 분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할 우려가 있다고 맹비난했고 플랫폼 기업은 소비자들의 이용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맞섰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와 로톡 간 갈등(8월 6일자 5면 보도=플랫폼 가입 변호사 징계 착수… 변호사협회-로톡, 갈등 골 깊어진다)이 대표적이다.
양 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자,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주 취재 후(後)는 전문 직종에서 벌어지는 갈등 양상을 되짚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봤다.
법조계, 변호사 법률 플랫폼 '로톡' 서비스 반발
변협, 사무장 로펌 형태라며 가입 변호사들 징계에 착수도
갈등의 골 깊어지자 법무부까지 나서 법 개선 힘쓰겠다 밝혀
전문직 종사자들은 플랫폼 기업을 현행법 위반이라며 고발했고 업체 측도 소송전을 불사하는 등 전쟁이 시작됐다.
법조계는 법률 플랫폼에 반발하고 있다. 변호사 광고 플랫폼인 로톡은 소비자들의 접근성 강화를 목표로 출시됐다.
그러나 변협 측은 사실상 로톡이 사무장 로펌 형태라며 반발했다. 지난 5월에는 변호사 광고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법무부까지 직접 나섰다. 법무부는 지난 24일 관련 TF를 구성해 리걸테크(법률 IT 서비스) 산업 정착을 위한 법 제도 개선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도 닥터나우 등 배송 서비스 플랫폼 '법 위반' 주장
기업측, 보건복지부에서 비대면 진료 한시 허용했다면서 갈등
약업계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대한약사회는 닥터나우 등 비대면 약 배송 서비스 플랫폼은 약사법 위반 이라고 주장했지만, 플랫폼 기업 측은 코로나19 시국 동안 보건복지부에서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했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도 플랫폼 업체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강남언니' '바비톡' 등은 잘못된 성형 정보를 바로 잡기 위해 출시됐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는 환자 유인과 광고 행위가 의료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부동산·세무업 종사자들도 플랫폼 기업과 충돌하고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 플랫폼 '직방'의 오프라인 중개업 진출에 반발했고 한국세무사회는 세금 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쩜삼' 운영사 자비스앤빌런즈와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독 다툼 잦은 이유는 '정보 비대칭성' 이 꼽혀
고급 정보 쉽게 얻고 인맥 쌓을 필요도 없어 소비자들 인기
직능단체, 이윤 창출 위한 사기업… '플랫폼 기업' 종속 당할 수 있어
배달의민족 예로, 광고가 수입원이었으나 현재는 소비자 감수 주장
전문직 업종에서는 유독 플랫폼 기업과의 다툼이 잦다. '정보 비대칭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다시 말해, 플랫폼 기업은 전문직 업종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파고들었다. 소비자들에게 정보 제공 문턱을 낮췄고, 이러한 점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플랫폼 기업을 통하면 고급 정보도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발품을 팔거나 인맥을 쌓을 필요가 없다. 플랫폼 시장에 일정 금액만 지불 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때로 그 가격에 있어 합리적이기 까지 하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플랫폼 기업 쪽으로 의견이 쏠렸다.
리걸테크 영역이 대표적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국민의 10명 중 7명은 법률 시장에도 IT 서비스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직능단체도 할 말은 있다.
결국 플랫폼 기업은 이윤 창출을 위한 사기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전문직 종사자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플랫폼 기업에 종속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직 종사자들은 '배달의 민족'을 예로 들었다.
이들은 배달의 민족 역시 초창기에는 자영업자들의 광고료가 주된 수입원이었으나, 현재는 소비자들도 높은 배달료를 감수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 플랫폼 기업의 전문직 진출 긍정적인 평가했지만
시장이 또 하나의 독점 체계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 분명히
"규제만 외칠 것 아니라 공정한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 고민"
전문가들은 공정한 경쟁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의 전문직 진출을 긍정적이게 평가했다. 다만 플랫폼 시장이 또 하나의 독점 체계가 되어선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오찬호 사회학자는 "플랫폼 기업의 시도 자체가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다"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과정이 약자를 쥐어짜서 소비자에 즐거움을 준다면 그건 좋은 방식이 아니다.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장악한 뒤 어떻지 나아갈지 고민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달의 민족만 봐도 많은 이들이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달업 종사자 등을 힘들게 하고 있다. 편리해진다고 다 좋은 게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법조계 관계자 A씨는 사법 권위를 해친다는 이유로 운영이 금지된 '로마켓' 사례에 빗대 설명하기도 했다.
로마켓은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법조계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사건 의뢰인이 자신의 사건 개요를 올리면 변호사들이 경매 형식으로 수임을 신청하는 사건 경매가 도입됐는가 하면, 변호사별 수임 건수를 바탕으로 변호사와 법무법인 승소율을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대법원은 승소율 공개는 문제 없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2000년대 초반 로마켓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변호사 명예 훼손 등을 이유로 로마켓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수차례 제기하자 이에 지쳐 시장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A씨는 "사전 규제만 외칠 것이 아니라 플랫폼 기업이 전문직 종사자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