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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오전 협성대 총장 등 3명이 교직원 1명을 따로 불러 폭행 및 협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피해 교직원이 불려간 곳으로 주장하는 협성대 대학원 건물 밖 CCTV 사각지대. 2021.8.22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

박명래 협성대학교 총장과 직원 2명이 교내에서 교직원을 폭행·협박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9월 8일 7면 보도='교직원 폭행·협박 의혹' 협성대 총장·직원 2명 검찰 송치)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3달째를 접어들고 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조치에 나서야 할 이들의 움직임은 지지부진하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근로기준법 위반과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아직 가해자로 지목된 박 총장과 직원 2명의 조사도 완료되지 않은 데다 직원 2명에 대한 조치 권한이 있는 협성대는 최종 선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입장을 뒤집었다.

여전히 박 총장 등과 피해 교직원 모두 한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어 2차, 3차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주 취재후(後)는 박 총장 등의 교직원 폭행 의혹 사건의 발생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조사 진행 상황을 짚어본다.
6월 10일 오전 11시 40분부터 20여분 간의 상황

지난 6월 10일 오전 11시 40분 박명래 협성대 총장과 직원 2명은 피해 교직원 A씨가 일하는 대학원 사무실로 찾아왔다. 사무실에는 A 씨뿐만 아니라, 조교 등 다른 직원이 함께 근무 중이었다. 박 총장 등은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A씨를 향해 대학원이 관리하지 않는 시설물의 용도를 물으면서 '똑바로 하라'는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이리 와, 빨리 걸어와, **야, 이리 와, 저리로 들어가, 저기로 들어가

약 10분이 지난 후, A씨는 박 총장 일행을 따라 사무실을 벗어났다. 이후 박 총장은 대학원 사무실 1층 로비에서 '그것도 똑바로 못해', '내가 이 정도 얘기하면 죄송합니다부터 나와야 해, 알았어. 너 몇 살이야? 너 목사 아니라매, **야' 등 A씨가 모욕을 느낄만한 말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 직원 2명이 A씨의 양팔을 붙잡고 대학원 로비를 벗어났다. 대학원 건물 뒤편으로 이동하자 박 총장은 A씨에게 "이리 와, 빨리 걸어와, **야, 이리 와, 저리로 들어가, 저기로 들어가
"라고 지시했다. 이 상황에 대해 A씨 측은 박 총장이 대학원 건물 밖 CCTV 사각지대를 가리켰다고 설명했다.


박 총장 일행의 폭행과 모욕, 협박성 발언은 해당 공간에서 10분 넘게 이어졌다. A씨가 '그러지 마세요.'라고 수차례 말했지만, 박 총장은 "너 내가 누군지 알고 까불어? 무릎 꿇어" 등 강압적인 발언을 계속했고 녹취록 중간중간 무언가를 타격하는 '퍽' 소리도 반복됐다.

조교 등 대학원 사무실 직원들은 이날 오후 12시 50분이 돼서야 A씨를 마주했다. 당시 A씨를 본 직원들은 "얼굴빛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넋을 놓은 상태로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고 증언하기로 했다.

A씨 측은 이 사건으로 A씨가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고, 현재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3개월 되도록 지지부진한 사건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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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성대 전경. /협성대 제공
 

A씨와 협성대 노동조합은 사건이 발생하고 10여일이 지난 후 경찰에 박 총장 일행을 고소했고, 협성대와 협성대 학교법인 삼일학원에도 조사를 요청했다.

아울러 근로기준법 위반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고용노동부 경기지청과 교육부 갑질 신고센터에 지난 7월과 8월에 걸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조사를 완료한 곳은 경찰과 협성대뿐이다.

폭행이 찍힌 장면은 없다, 경찰 조사가 끝은 아니지 않으냐 선고까지 나와야 조치할 수 있다

화성서부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폭행) 및 모욕 혐의로 박 총장과 직원 2명을 지난 6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A씨가 제출한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록과 박 총장 등이 A씨를 끌고 가는 장면 등이 찍힌 CCTV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찌감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에 나섰던 협성대는 서로 주장이 상반된데 다 피해자 측이 증거물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피해자와 가해자가 어차피 다른 건물에서 일해 분리 조치가 이미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사건이 검찰에 넘겨졌음에도 협성대는 여전히 "폭행이 찍힌 장면은 없다, 경찰 조사가 끝은 아니지 않으냐 선고까지 나와야 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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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협성대 캠퍼스 야경. /협성대 제공

앞서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총장 즉, 사용자로 있는 협성대로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를 넘기며 책임을 회피했던 학교법인은 지난달 23일에야 이사회를 열어 뒤늦게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결정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법인 이사회 감사와 이사 등 5명으로 꾸려졌는데, 현재 박 총장에 대해 조사가 완료됐고 참고인으로 직원 2명도 조사할 예정이다.

삼일학원 관계자는 "피해자와 박 총장을 조사했고, 당시 함께 있었던 직원 2명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이사회는 박 총장에 대한 조치만 가능하다"고 했다.

도움을 요청했던 곳마다 너무 조사를 오래 끌고 있는 데다 갑질 피해에 대한 피해자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과 교육부 갑질 신고센터의 조사 결과도 감감무소식이다. 피해 교직원이 여러 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느 곳 하나 뚜렷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해 조치에 나선 곳이 없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아직 가해자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데다 9월 말까지인 조사 기한을 연장해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는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1명을 조사했고 다른 2명도 곧 조사할 예정"이라면서 "고소 사건의 경우 기한을 연장할 수 있어, 아마 기한을 연장해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지지부진한 조사 상황에 A씨 측은 2차 피해 우려 등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협성대 노동조합 관계자는 "최근 피해자가 1시간 좀 넘게 삼일학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여전히 가해자와 피해자는 같은 학교에서 근무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했던 곳마다 너무 조사를 오래 끌고 있는 데다 갑질 피해에 대한 피해자 보호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