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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 요양원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걸어둔 출입금지 안내문. 기사와 관련 없음. /경인일보DB

수원 중앙요양원이 돌연 '폐업' 선언을 했다.

지난 5일 진행한 스완슨기념관유지재단 제 72차 임시이사회에서 한 임원진이 화두를 던지며 논란은 확산했다.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그는 "앞선 이사회에서 요양원 존폐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고 종합했다"며 "전원이 만장일치로 2021년 12월 31일 폐업, 시설은 리모델링 후 법인의 설립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복지 사업으로 진행하는 것을 선언한다"고 했다.

수원시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대신해 과징금을 추징하겠다(8월 24일 인터넷 보도='입소자 퇴소위기' 학대 요양원… 영업정지 대신 벌금형으로 끝내나) 고 밝힌 지 한 달 만의 일이다.

이에 영업정지 처분을 막으려 안간힘을 썼던 입소 노인 가족을 중심으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는 국민청원 글을 올리는가 하면 "이제는 다 포기했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주 취재 후(後)는 요양원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되짚어본다.
요양원을 둘러싼 계속된 논란...과징금 부과는?
이번 논란은 지난 4월로 거슬러 오른다.

요양원은 신체 구속 등 학대 행위가 벌어졌다는 이유로 수원시로부터 영업 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시 처분은 입소 노인 가족과 내부 직원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시의 처분은 입소 노인 보호자들과 요양원 직원들의 원성을 샀다. 입소 노인 보호자들은 당장 길거리에 내몰릴 처지에 놓였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생겼다며 토로하기도 했다.

시는 대안으로 요양원에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 영업 정지 처분 대신 요양원에 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요양원은 되레 과징금을 줄여달라고 시에 요구하고 나섰다. 시에서도 법률 자문을 마친 상황이라며 사실상 입장을 고수하며 맞섰다.

결국 요양원은 아예 문을 닫기로 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요양원 관계자들 사이에선 폐업과 동시에 제대로 된 처벌도 불가능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시 관계자는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 폐업 소식을 접했다"며 "현재는 요양원 측에 과징금 납부를 독촉 중이고 납부 기한이 지나면 압류 절차에 들어간다. 법인 명의 재산 등에 압류를 걸기 때문에 폐업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억울하고 분통하네요"...불만 터져 나오는 요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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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찾은 수원 권선구의 중앙요양원. 2021.9.24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요양원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관계자들의 거취가 걸린 문제인데 반해 "매번 중요한 결정은 일방적 통보였다"는 게 주된 지적이다.

수익 감소를 이유로 폐업을 한다는 게 실상과 동떨어진 일종의 핑곗거리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요양원 관계자들에게 폐업에 관해 묻자 쉽사리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 곳 직원 A씨는 "직원들도 이사회 회의록을 통해서만 요양원 소식을 듣는다"며 "폐업 소식에 내부에서도 당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또 다른 B씨도 "(입소 노인) 보호자들과의 만남에서도 대표이사는 적자 이야기만 들먹였다"며 "이 곳이 적자와 흑자를 따지는 곳인지 의문이 들고, 시설 추가 등으로 매년 1억 이상을 법인에 올렸음에도 적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옳은 처사는 아니"라고 했다.

요양원 입소 노인을 둔 가족도 답답한 건 마찬가지다.

자신의 노모가 이 곳에 입원해 있다고 밝힌 C씨는 "요양원 측 퇴고 권고 조치로 벌어진 일인데 수입 감소를 빌미로 요양원을 폐쇄한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며 "책임감 없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요양원에선 여전히 입을 꾹 닫고 있다.

경인일보 취재가 진행된 수개월 간 요양원 임원진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번에도 요양원 폐업 조치와 관련한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재단 관계자는 "폐업과 관련해서는 말씀 드릴 사항이 없다"고 했다.

"저희 부모님들을 지켜주세요" 국민청원글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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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요양원 입소 노인 가족들이 올린 국민청원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지난 24일에는 국민청원글도 등장했다.

요양원에 입소한 부모님을 둔 가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수원시의 업무정지 처분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했고 그 결과 8월 12일 수원시가 업무정지 예고를 벌금으로 변경 결정했다"면서 "9월 15일 또 다시 우리를 황망하게 만드는 일이 생겨났다"고 호소했다.

이어 "우리의 호소를 무시한 채 재단 이사회가 스스로 요양원 폐업을 결정한 것"이라면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벌금 2억 원을 낼 돈이 없고, 이번 사태로 인해 요양원 입소자 수가 감소해서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에 요양원을 폐업하고 리모델링 후 다른 용도로 개업하겠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청원인은 크게 두 가지를 정부에 요청했다. 그는 "요양원의 폐업을 막고 어르신들이 이곳에 계실 수 있도록 지켜달라"며 "노인들에게는 환경 변화가 큰 충격이며, 더구나 코로나 상황에서 거처를 옮기시는 것은 치명적인 결과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또 "재단의 설립 취지를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되도록 국가 차원에서 간섭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글은 25일 오전 기준 425명 동의를 얻은 상태다. 


/손성배·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