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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연곡초등학교는 생태체험학교다. 학생들은 각종 친자연주의 수업을 받는데, 인근에 플라스틱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사진은 학교 뒤 연곡 생태체험학습장. 이시은기자

학교 바로 옆 플라스틱 공장 설립 소식에 양주 연곡초등학교(7월 19일자 7면 보도=생태체험학교(양주 연곡초) 옆에 '플라스틱 공장' 잡음)가 발칵 뒤집혔다. 연곡초는 생태체험 학교다. 재학생들은 채소를 키우고, 토끼를 기르는 등 친자연주의 수업을 받고 있다. 이처럼 '친자연주의' 수업 방식에 서울에서부터 전학 오려는 이들도 꽤 있다는 게 학부모들 설명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지난 4월 플라스틱 공장이 학교 인근에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했다. 플라스틱 공장 측은 환경 오염 등 문제가 전혀 없다며 맞섰지만 반발은 거셌다. 공장이 들어서면 당장 내년 입학생 수 감소부터, 재학생들이 처할 오염된 환경 등이 이유였다. 플라스틱 공장 측과 학부모들은 좀처럼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공장 설립 허가 여부는 양주시로 넘어갔다. 시에서는 민원조정위원회를 열어 올해 안으로 공장 설립 여부를 판가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주 취재 후(後)는 '양주 연곡초' 인근 공장 설립 소식을 들여다 본다.



"장기적 관점에서 아이들에게 악영향" VS "법적으로 문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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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연곡초등학교는 생태체험학교다. 하지만 인근에 플라스틱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양주시는 민원조정위원회를 열어 공장 설립 여부를 결정짓게 됐다. 사진은 학교 뒤 생태체험 공간. 이시은기자
 

논란은 지난 4월 플라스틱 공장 대표가 양주시에 설립 허가 신청서를 내면서 시작됐다. 공장 대표는 인근에서 또 다른 공장을 운영하고 있던 터라 통합 운영을 하려던 것이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연곡초 학부모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전교생 70여명의 자그마한 농촌의 '친자연주의' 학교가 위협받고 있단 것이다.

공장 설립이 철회되지 않았다면
다른 학교를 보내겠다는 학부모들도 있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이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

실제로 공장 설립 소식이 알려지면서 내년 입학생 수가 감소했다. 박선미 학부모 위원장은 "공장 설립 문제가 해결 됐는지 학교로 문의가 온다"며 "공장 설립 계획이 철회되지 않았다면 다른 학교를 보내겠다는 학부모들도 있었고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이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인근에 학교도 이 곳 하나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공장주도 할 말은 많았다. 시에서 법적 문제가 없어 허가를 내주기로 했는데, 예상치 못한 민원에 부딪혀 난감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공장 설립이 무산되더라도 이미 지불한 계약금 3억여원을 돌려줄 수 없다고 토지주가 선전포고를 했다.

결국 공장 설립 여부에 대한 판단은 양주시로 넘어갔다. 양주시는 민원조정위원회를 통해 결론을 내게 됐다. 위원회는 시 공무원과 외부 자문 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면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한 제 3자 판단을 구할 수 있다. 현재 시는 공장 설립과 관련한 개별 법령에 대한 검토를 마쳤고 공장 설립 안을 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하반기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 예정"이라면서 "연내 설립 여부가 결정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법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이 될 경우에만 위원회 판단을 구할 수 있는데, 개별 법령에 따르면 공장 설립을 불허 할 근거가 없는 상황이어서 난감하다. 현재 안건 상정을 검토 중인 단계"라고 덧붙였다.

 




대법 판례로 들여다 본 유사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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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 연곡초등학교 인근 플라스틱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학교가 발칵 뒤집혔다. 사진은 학교 뒤 생태체험 공간. 이시은기자.

자연경관 훼손 등을 이유로 레미콘 공장 설립을 불허한 시흥시의 판단이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례(2017년 1월 19일 인터넷 보도=시흥 레미콘 공장 설립 허가건 '시흥시' 승리… 대법원 승소 판결)가 있다. 시흥시가 레미콘 공장의 허가를 신청한 기업의 민원을 반려했다가 행정 소송을 당한 사례인데, 공장 설립 소식을 접한 주민 반발로 제 3자의 판단을 구하게 됐다는 점에서 연곡초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시흥시와 민간 기업 간 법적 다툼은 약 3년간 이어졌고 결국 대법원에서 시흥시가 승소했다.

시는 앞서 지난 2014년 10월 민간기업 A사가 시흥시 하중동에 위치한 A공장을 벽돌 공장으로 행위허가를 받은 뒤 레미콘 공장으로 용도 변경하는 허가 민원이 접수되자 주변 관광산업과 친환경 사업 훼손 등을 이유로 불허 했다가 행정소송을 당했다.

1심 재판부는 레미콘 공장 측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레미콘 공장에 대한 부정적 정서와 그로 인한 주민 이주 가능성 등 막연한 우려 만으로 공장 설립을 불허한 시의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시가 하중동 주변의 자연 경관 보존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들어 공익이 침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시흥시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에서도 이 사건 상고심에서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2심 선고를 유지하고 판결을 확정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