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혀서 웃는다", "인생무상", "국민의 짐" 등 국감장에서의 어록은 국감 이후 언론의 헤드라인에 올랐습니다. 국감장에서 보여준 굽히지 않는 태도, 자신감, 명쾌한 입장은 시민들에게 '이재명'이란 정치인을 각인시키는 기회로 작용했습니다. 위기가 될 수 있는 국감을 위기를 극복할 반등의 기회로 삼아왔던 것입니다.
경기도지사로서 마지막으로 서게 될 국감에서 그는 이번에도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8년 전부터 이재명 후보의 국감을 취재·보도해 온 경인일보 기사를 중심으로 그의 마지막 국감을 예상해봅니다.
이 후보는 '판교 환풍구 사고'로 처음 국감에 섭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4년 10월 22일 경기도 국감의 핵심은 27명의 사상자를 발생시켰던 판교 환풍구 안전 사고 논란이었습니다. 축제 과정에서 많은 인원이 집중되며 추락사고가 발생했고, 경기도와 성남시 모두에게 안전 관리에 미흡했던 게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습니다.
국감 현장에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후보가 소환됐습니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 의원들이 남경필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안전관리가 소홀했다며 질타를 이어가자, 여당 의원(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 힘) 일부는 성남시에 화살을 돌리는 방식으로 남 지사를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경기도·성남시에 질타 쏟아지는 상황에
당시 여당 의원 일부 성남시에 화살 돌리자
"기가 막혀 웃는다, 답변할 기회 줘야 하지 않느냐"
이 후보는 "기가 막혀 웃는다. 답변할 기회를 줘야 하지 않느냐"고 되려 맞받아쳤습니다. 이 후보의 답변 태도를 두고 국감장에선 고성이 오고 갔습니다. 상대방 주장에 순응하지 않고 입장을 굽히지 않는 태도는 첫 국감 때부터 드러낸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습니다.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당선 이후 2018년 다시 국감장에 서게 됩니다. 2018년 10월 19일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를 보도한 경인일보 기사는 '이 지사의 제소 현황 자료를 요청하는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에 이 지사는 "여기는 국감을 하는 곳이고, 개인적 관계에 대한 자료는 국감 범위를 벗어나는 일 같아서 재고하겠다"고 맞받았다'고 쓰고 있습니다.
2018년 국감은 이 후보의 개인사 논란을 총망라한 자리였습니다. 10월 19일 국감의 며칠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겠습니다. 같은 달 12일 경찰은 민주당 경기도지사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이른바 '혜경궁 김씨' 논란과 관련해 이 후보의 자택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이재명 개인사 논란 총망라한 2018년 국감
민주당 탈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 등
이런 상황에 대한 소회로 "인생무상이죠"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의사가 검진하는 자리에 기자가 동행해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장에 있었던 기자는 신체검증 현장에 동행하진 못했지만, 실제로 3명의 기자가 의사 검진 현장에 함께 했습니다. 육안으로 검진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지만 근거리에서 이 후보와 의사가 검사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압수수색과 신체 검증을 거쳐 국감장에 선 이 지사는 본인이 당한 제소 현황을 공개하라는 야당 요구를 거부합니다. 또 가족 관련 문제 녹취파일을 국감장에서 재생하는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고 갔습니다. 여기에 '혜경궁 논란'과 압수수색 관련 민주당을 탈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받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인생무상이죠"라고 그가 답변한 것이 2018년 국감의 백미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용히 끝난 2019년 국감에 이어 열린 2020년 국감은 "국민의 짐"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국감을 앞두고 야당 측에서 경기도의 과도한 홍보비 문제를 지적하자, 이 지사가 SNS를 통해 "국민의 촛불로 엄중 심판을 받은 후에도 음해 선동에 몰두하니 국민의짐으로 조롱받는 것"이라고 맞불을 놓은 것입니다.
10월 20일 열린 국감에서도 이 발언을 둔 설전이 이어졌습니다. 20일 경인일보 보도는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홍보비 문제를 지적하니 일베 수준의 국민의짐이라고 했다. 너무 정치적이라고 보지 않나. 수감자로서 제1야당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자, 이 지사는 "도정을 비판하려면 합리적 근거를 갖고 해야 한다. 홍보비는 남경필 전 도지사 재직 시절 증액된 것"이라며 "국민의짐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하면 안 된다고 충고한 것이다. 예의를 말씀하셨는데 왜 박수영 의원은 예의를 안 지켰나"라고 맞받았다'고 전합니다.
이재명, SNS 통해 '국민의짐 조롱받는 것' 맞불
'박 의원이 "큰 일을 하실 분이고 큰 뜻을 가진 분이면 국민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 자신이 소속된 특정 정당 지지층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안 된다. 가상에서 질타를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표현을 쓰면 되겠나"라고 재차 비판하자 이 지사는 "어제도 김용판 의원이라고 훌륭한 분 계시더라"라고 맞받았다. 전날인 19일 국회 행안위 국감에서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은 이 지사의 개인사를 거론했다'
이날 국감에서 이 후보는 "건전한 야당이 충분한 견제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의짐이 안 되길 바란다", "야당에 대해 제가 선제공격한 적 없다. 그런데 공격받으면 저도 해명해야 하지 않나. 그러다 나온 얘기니까 이해를 부탁드린다" 등 강한 태도로 공방을 이어갔습니다.
수년 동안 이 후보의 국감을 지켜본 결과, 그의 대응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됩니다. 우선, 국정감사는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국가사무에 관한 감사이기 때문에 지방자치사무는 감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아무리 국회라도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정책에 왈가불가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이 후보의 휴가 관련 자료 제출 거부도 이런 주장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두 번째는 개인 문제에 대해선 선을 긋거나 소회를 밝힌다는 점입니다. 국감에 앞서 신체검증을 단행하고 "인생무상"이란 말로 개인 관련 논란을 정리하는 화법이 바로 그것입니다. 자신이 개인이 아니라 정치인이자 정책 집행자로서 국감장에 섰다는 것을 명확히 하면서 공감할 수 있는 발언으로 논란을 종식시키는 형태입니다.
세 번째는 '정책'입니다. 이 후보는 경기도 정책에 대한 수치와 논리 전개에 탁월한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국감을 준비하며 경기도 정책을 잠시 들여다보고 공부하는 국회 측보다 더 전문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감 있게 맞대응 해왔습니다.
이번 국감은 누구나 예상하듯 '대장동 국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재명 후보의 국감이 순탄했던 적은 없습니다. 판교 환풍구 책임 공방과 혜경궁 논란, 신체 검증과 개인사 문제까지 매해 치열한 공방이 경기도 국감에서 펼쳐졌습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본다면 '대장동 의혹'이 도마에 오른다면, 이 후보는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정책(민관합동개발) 성과는 홍보하며 오히려 야당에 맹공을 퍼부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국감처럼 이번 국감도 반전의 모멘텀이 될까요. 어느 때보다 많은 눈과 귀가 경기도 국감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