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동'

시흥사랑아이사랑 정기후원신청서가 접수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할 때마다 박홍구 1004추진위원단 단장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간다.

"거짓말이 아니고, 정기후원 신청이 접수됐다고 띵동 울리면 사업이나 일상의 문제로 쌓인 피로감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기분이에요. 이런 기분은 나도 처음입니다. 정말로 좋습니다."

그 감정에 대해 그는 처음 느끼는, 이상하게 좋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남의 아이를 돕는 일이 내 마음의 풍요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지 못했다.

사실 정기후원신청서를 건네고 함께 하자고 권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솔직히 상처받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그만둘 수 없었다.




열다섯번째 이야기 - 모든 아이를 사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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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추진위원단을 이끄는 어른들. 왼쪽부터 박홍구 단장, 원영길 위원장, 방성암 위원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제공
 

"단순히 한번 돕는 게 아니잖아요. 작은 돈이라도 매달 정기적으로 후원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때로는 거절을 당하기도 해요. 후원을 하겠다고 하고선 차일피일 미루거나, 전화로 거절하거나… 그럴 땐 마음의 상처를 받았어요. 내가 잘못 살았나, 자괴감도 들었구요. 그럼에도 후원을 권유받은 지인들 상당수는 취지에 공감해주었고 후원에 동참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 따뜻한 마음들이 남아있다는 것도 이번 일을 하면서 많이 느꼈습니다."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못하는거에요… 어른들이


후원사업에 경험이 많은 방성암 시흥달월신협이사장은 1004추진위원단 제안을 받고 아주 흔쾌히 참여를 약속했다.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어 후원사업을 늘 해오고 있어요. 게다가 나는 정왕동에 살고 있고, 이 곳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어요. 사실 모두가 아이를 대하는 마음은 같아요. 다만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죠. 아마도 '시흥사랑아이사랑챌린지'도 있는지 몰라서 못하는 시흥시민들이 많을 겁니다." 

정기적 후원 부담감에 '지인들의 거절' 상처 불구
박홍구 단장, 새로운 후원 소식때마다 '큰 보람'
'추진위 흔쾌히 참여' 방성암 시흥달월신협이사장
"시흥 어른이 시흥 아이 돕는일 목적성 성취감 커"

그는 아동후원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경험상 후원이나 봉사라는 것도 타의에 의해, 또는 무의미하게 시작하면 지속적이지 않아요. 베푸는 일이 다시 내 마음으로 돌아오는 일종의 '성취'가 있어야 계속 할 수 있습니다. 아동후원은 그런 의미에서 성취가 크죠. 아무래도 시흥의 어른들이 시흥의 아이를 돕는다는 목적성이 후원자들 가슴에 와 닿는 성취가 클 것입니다."

방 이사장은 그의 추천으로 후원을 시작한 이들에게 "당신도 딱 1명만 더 후원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한다. "서로 좋은 감정을 공유한 사람에게 진심이 전달된다면, 그 진심이 릴레이처럼 조금씩 오래도록 이어져 나가는 것도 나름의 방법이라고 봐요. 절대 부담이 되면 안됩니다. 처음부터 많이 하지 말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만큼만 시작하면 그게 가장 좋은 후원이라고 신신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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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입구, 아이들의 자전거가 세워진 모습과 벽에 쓰인 문구가 어우러진 풍경. /경인일보DB

아동후원사업에도 경험이 있는 방 이사장은 우리나라 아동후원의 아쉬움도 내비쳤다. 특히 어른들 편견으로 아이들을 구분짓고 차별하는 일방적인 후원을 꼬집었다. "다문화, 저소득층 아이들.. 이렇게 구분 짓는 건 우리 어른들 편견입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 아이들이 어둡거나 문제가 있거나 그러지 않아요. '다문화니까 이런 지원을 해야만 해' 그런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게 오히려 아이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경험상 그 아이들이 지금 필요로 하는 교육지원을 하는 게 훨씬 효과도 좋고 아이들도 좋아했어요. 

어른들의 편견으로 다문화·저소득 등 구분 아쉬움
기업·단체 입맛에 맞춘 '지원 방식·인식' 변화 촉구
지역 차원의 컨소시엄 구성·적재적소 사용 필요성
또 종종 기업이나 단체들에서 아동시설에 지원할 때 꼭 자기들 니즈(needs)에 맞춰서 사용하도록 강요합니다. 아동시설들은 나중에 후원보고를 해야 하니 아무래도 어른들 니즈에 맞춰 소비하는 데만 급급하게 돼요. 또 후원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데, 안쓰럽습니다. 후원하는 어른들 입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활용하는 아이들 입장에서 사용하는 게 옳은 것 아닐까요. 우리가 후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해요."

여기에 덧붙여 그는 그럴 바엔, 차라리 지역 차원에서 후원 컨소시엄을 형성해 아동시설 및 단체들이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적재적소에 나눠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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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성암 위원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제공

모든 아이를 사랑하는 일은 아주 특별한 어른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든 어른은 모든 아이를 사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랑을 몸소 경험하고 있는 시흥의 '1004'어른들은 이제 제법 구체적인 계획들도 구상하고 있다.

"시흥시기업인협회와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꾸준히 모임을 갖고 지속적인 아동사업을 찾아 해야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또 챌린지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모르겠지만, 1004추진위원단 1기의 인맥이 바닥이 날 때쯤, 더 적극적이고 좋은 분들로 2기를 구성해 계속 후원자를 늘려나가야죠. 하하"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