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못 가는 기간 동안 혼자 남겨진 마음이 들었나요?"

"네…"

"코로나19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요…"

아이들에게 '마음'을 물었다. 지금 네 마음이 어떠하냐고.

어른들은 생각했다. 학교 안 가서 공부도 숙제도 안 해도 되니, 얼마나 좋겠냐고. 마음껏 놀 수 있어서 좋겠다고, 속없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종종 말하곤 했다.

정작 아이들은 학교를 안가면 '혼자 남겨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아동청소년 일상변화를 묻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설문조사에서 가정 소득이 하위권에 있는 아이들 16.5%가 그렇게 답했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고 묻는 데는 영양이 풍부하고 다양한 반찬이 있는 식사(26.7%)보다, 외부 프로그램 이용(25.2%)보다 집에 있는 동안 나를 돌봐줄 보호자(9%)보다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39.1%)'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열여섯번째 이야기- 마음을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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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에서 잇다클래스를 진행하는 선생님과 아이들.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제공

"선생님하고 둘이서만 이야기하는 게 제일 좋아요…"

코로나19 속에 문을 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가 무엇보다 서둘러 나선 일은 아이들의 학습을 관리하고 정서를 매만져주는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일이다.  

홀로 남겨진 아이들, 식사보다 '이야기 들어줄 사람' 필요
다어울림센터, 대교와 학습·정서 관리 '잇:다 클래스' 운영
50분 수업 중 20분 대화 할애… "나에 대해 물어봐줘 좋아"
매일 혼자 밥 먹고 공부해야하는 심정… 한번 쯤 물어봐야
코로나 팬데믹은 다문화가정이 많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한국인가정이 존재하는 정왕동 아이들에게 아무래도 직격탄일수 밖에 없다. 그간 어린이 구호 사업을 해 온 재단과 센터도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 지자체의 학습비 지원은 주로 현금을 주는 형태가 대부분인데 이 경우 지원만 해두고 그 후에 정말 학습에 도움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예 프로그램을 구성해 아이들을 모아놓고 학습을 돕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 역시 시시각각 변하는 코로나 변수에, 부모가 독려하지 않으면 자칫 아이들 참여도가 높지 않을 수 있어 쉽지 않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소외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일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그 마음이 풀어져야 학습도 능률이 오를 수 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초록우산 잇:다 클래스'였다. 센터를 이용하는 50명 학생을 대상으로 1대1 전문멘토가 매칭돼 가정 혹은 센터에서 수업과 정서상담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전문멘토는 교육기업인 대교가 도왔다. 학습지교사 가운데 사회복지를 전공했거나 아동심리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 자격이 있는 선생님들이 일주일에 1번씩 개별 아이들을 일대일로 지난 봄(4월 중순)부터 만나오고 있다.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쉽진 않았다.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 방치된 아이를 보는 일은 참 마음이 아팠다. 야간근무를 하고 돌아온 부모들이 낮에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집에서 만나지 못하고 근처 분식집에 가서 공부를 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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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에서 잇다클래스 수업 중인 선생님과 아이들.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제공

그래도 잇다 클래스를 이어온 것은 아이들의 밝아진 마음 덕이다. 수업하는 50분 중 20분은 아이들의 마음을 묻는 일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은 웬만해선 선생님과의 만남을 빠지지 않는다. 센터에서 책 좀 읽자고 말하면 금세 도망가버리는 아이들인데, 잇다 클래스는 잊지 않고 참석한다.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으니 "선생님이 내 말을 들어줘서 좋다"고 말했다. "선생님이 나에 대해 물어봐줘서 좋고 비밀도 이야기할 수 있어서 즐겁다"고도 했다.

이야기를 듣는 뒷맛이 씁쓸하다. 비단 정왕동 아이들만의 사정 일까 싶어서다. 오늘 학교를 가지 못한 내 아이는 어떤 마음인지, 매일 혼자 밥을 먹는 내 옆집 아이는 어떤 생각일지, 한번쯤 우리가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