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다'는 '샅샅이 훑어가며 살피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입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있는 물류 거점 도시입니다. 인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물류 관련 활동을 '키워드' 중심으로 톺아보겠습니다.

전 세계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외국에 있는 물건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며칠 지나지 않아 집 앞으로 배송됩니다. '세계화' '글로벌'이라는 단어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됩니다. 각 국가는 무역 장벽을 낮추고 있고, 문화·상품은 국경을 넘나들고 있습니다. 항공기와 선박은 쉴 새 없이 이를 실어나릅니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인천과 가장 가까운 국가입니다. 인천항의 대(對)중국 컨테이너 물동량은 60%를 차지합니다. 인천과 중국은 서해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지리적으로 가깝습니다. 또 인천이 수도와 가까이 있다는 점에서 인천항은 1883년 개항 때부터 '관문' 역할을 했습니다. 인천항은 개항 이후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주요 원자재 수입 항만으로 역할을 하며 경제 성장에 기여했습니다. 1992년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다시 인천항과 중국의 교역이 활성화됐습니다.

인천항과 중국을 오가는 컨테이너 선박은 하루에도 수십 척에 이릅니다. 이들 선박은 일정한 규칙에 의해 움직입니다. '한중 항로'가 완전히 자유화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수출·수입 화물이 있다고 아무 선박이나 띄울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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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컨테이너터미널에서 컨테이너가 선박에 적재되고 있다. /경인일보DB

Q. '항로 자유화'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A. 해운 부문에서 항로 자유화는 선사들이 원하는 항로를 오갈 수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HMM이 인천~미국 LA 노선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선박을 투입하고 싶을 때 실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대부분의 항로는 개방돼 있습니다. 선사는 기항하는 터미널과 협의해 항로를 개설한 후 선박을 운항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정기 컨테이너 노선은 각 선사가 항만별 물동량과 운항 시간, 접안 가능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한국과 중국을 잇는 컨테이너 노선은 개설이 제한됩니다. 한국과 중국 선사들이 한중 컨테이너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항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항권은 한국과 중국 각 선사가 컨테이너 선박을 운항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항권은 한국과 중국 선사에 동일하게 주어집니다. 또 노선별로 항권이 구분됩니다. 예를 들어 인천~상하이 항권을 가지고 있는 고려해운은 다른 한중 항로에는 선박을 투입하지 못합니다.

한중 양국은 선사들의 경쟁력 확보 등을 이유로 이러한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항로를 추가로 투입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가 참여하는 '한중 해운회담'에서 결정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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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중국을 오가는 카페리. 한중카페리도 항권을 토대로 운영된다. /경인일보DB
 

Q. 항권을 양도·양수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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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항권의 양도·양수는 되지 않습니다. 현재 70여 개 항권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중카페리도 항권을 가지고 있는 선사가 운영하는 것입니다. 만약 선사가 가지고 있는 항권을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반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황해정기선사협의회 등에서 협의해 항권 활용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다만 항권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항권을 가지고 있는 선사의 선복을 빌려 컨테이너를 수송할 수 있습니다.

한중카페리도 항권을 가진 선사가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항권은 노선뿐 아니라 한 차례 운항할 때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의 수도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65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를 실을 수 있습니다. 점차 선박의 규모가 커지면서 실을 수 있는 컨테이너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기존에는 500TEU였으나, 몇 년 전 650TEU로 늘어났다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650TEU라는 제한이 있긴 하지만, 이를 엄격하게 지키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중 간 합의에 의해 650TEU로 정했으나, 이를 상시 관리·감독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용량을 초과해 운송하는 선사도 있다고 합니다.

Q. 항권이 없으면 한국~중국 항로를 운항할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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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컨테이너 전용 부두인 인천 신항. /경인일보DB

 

A. 그렇지 않습니다. 항권은 한국과 중국 선사들에 해당합니다. 제3국 선사는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항로 자유화가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그 예로 세계 1위 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도 인천항과 중국을 거쳐 동남아로 이어지는 항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과 중국 선사의 비중이 큽니다.

 

Q. 세계적으로 항로 자유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항권이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각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항권이 없으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과 중국은 가깝기도 하지만 가장 교역이 많은 국가입니다. 항권이 없어지고 항로 자유화가 이뤄지면 많은 선사가 항로에 선박을 투입할 것이고 경쟁은 치열해집니다.

특히 한국 선사들은 항로 자유화가 이뤄지면 중국 선사들이 자본을 토대로 낮은 운임을 책정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는 국내 선사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한중 항로에 몇몇 대형 선사만 남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럼에도 '한중 항로 개방'은 꾸준히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중 정부가 참여하는 한중해운회담이 논의의 장입니다. 다만 최근 진척은 없습니다. 양국은 원칙적으로 항로를 개방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으나, 그 시기에 대해서는 결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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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 코로나19 영향으로 날지 못하는 각 항공사 항공기가 줄지어 계류돼 있다. /경인일보DB

Q. 항공 부문은 자유화가 이뤄졌나요.
A. 항공 부문은 더 엄격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운 부문에 비교하면 제한이 많은 편입니다. 예를 들어 대한항공이 '인천~프랑스 파리' 노선에 여객기를 투입하고자 한다면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세계 각국은 항공기의 원활한 운항을 위해 국가 간 '항공 협정'을 맺습니다. 여기에서는 항공 노선, 운항 편수, 운항 항공기의 여객 수 등을 결정합니다. 여기에서 결정된 결과를 토대로 각국 정부는 각 항공사에 '운수권'을 배분합니다. 대한항공이 인천~프랑스 파리 노선을 운항하기 위해서는 정부로부터 운수권을 받아야 가능합니다.

각 항공사의 수익은 운수권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각국은 협정을 통해 운수권을 확대하는 추세입니다. 운수권을 가지고 있는 항공사는 정기적으로 항공기를 운항해야 권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확산한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사들은 국제선 운항을 포기했습니다. 운수권이 박탈될 수 있던 상황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운수권 회수를 유예하고 있습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