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수원시 하동의 수원지검 앞에 나타난 깨어있는시민연대당 이민구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이 후보가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단에 지급한 변호사비를 2억5천만원이라고 축소 공표했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입니다.
조사 후 기자와 통화에서 이 대표는 "녹취 파일을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는 모두 2개로 하나는 5분 짜리, 하나는 20분 짜리입니다. 녹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재명 후보의 변호인이었던 A변호사의 사건 수임료와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데, 그 과정에서 이 후보로부터 변호사 비용으로 얼마 얼마를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다른 사건의 수임료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A변호사가 이재명 케이스(사건)도 얼마를 받았으니 이 건도 얼마에 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겁니다. 두번째 녹취엔 'A변호사가 받은 변호사 비용이 현금 3억원과 변환사채 20억원이고 변호사 수임료를 (현금을 주지 말고)전환사채로 매입해주자'는 내용이 담겼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입니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경기도 국감에서 자신의 변호사 비용이 총 2억5천만원이며 거래 내역은 모두 금융계좌에 담겨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A변호사에 대한 녹취를 근거로 2억5천만원보다 많은 비용이 변호사비로 지출됐으며 그 형태는 '전환사채'라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A변호사의 보통 수임료가 3억원, 4억원, 5억원이라면 이재명 후보가 수십 명의 변호사에게 총 변호사 비용으로 2억5천만원을 준다는 논리는 깨진다고 본다. (이것을 확인하려면)변협 사건 수임 기록과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면 그리 어려운 사건이 아니라고 본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성남시 대장동 개발과 관련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는 크게 3가지 줄기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은 대장동 개발 사업과 직접 관련된 것입니다. 민간 사업자에 지나친 이익이 가는 걸 알면서도 사업을 승인했다는 '배임'이 주된 내용입니다.
두번째 화살은 '백현동 의혹'입니다. 대장동과 마찬가지로 개발 사업인 백현동에 아파트 단지를 짓는 과정에서 민간에 특혜(4단계 종상향)를 줬다는 겁니다. 세번째 화살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입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대장동 사건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핵심은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 김만배씨가 화천대유에서 빼낸 100억원 가량의 자금이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비용으로 전달됐다는 것입니다.
세번째 화살은 수원지검으로 왔습니다. 깨어있는시민당이 제가한 고발이 중앙지검에서 수원지검으로 이첩됐기 때문입니다.
세번째 의혹에서 주목할 것인 '전환사채'라는 형식입니다. 전환사채는 기업이 발행한 일종의 채권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전환'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바로 '전환사채'(CB)입니다.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주체는 개인이 아닌 기업입니다. 그러니 개인과 개인 사이에 향응이나 금품을 전달하는 일반적인 대가성 뇌물과 달리 일반 경제 행위로 위장할 수 있다는 게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의 핵심 주장입니다. 또 의혹 제기 세력은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제3자 뇌물 거래'와 같은 성격을 띈다고 설명합니다. 본인이 직접 전달 과정에 관여하지 않고 누군가를 통해 대가를 지불한다는 면에서 유사하다는 것이죠.
의혹 제기 세력은 전환사채 제공의 주체로 호남 기반 S기업을 지목합니다. 깨어있는시민당 이민구 대표는 지난 28일 고발인 조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저희가 고발장에 특정하지는 않고 상장회사 주식으로 칭했는데, 언론에서 '쌍방울'이라고 특정해서 언론사에서도 깊게 취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쌍방울 사외이사 명단보면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설명했습니다.
쌍방울은 호남 기반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민주당의 텃밭이기도 한 호남이기에 쌍방울 사외이사로 이재명 후보 측 인물들이 이름을 올린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 뿐 아니라 사외이사라고 해서 이 후보와 연관됐다거나 대가성이 있을 수 있다는 논리 자체도 무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크며, 규명하기 어려운 의혹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배경에는 화천대유 김만배씨로 출발된 자금 흐름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대장동 의혹'의 시발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대장동 의혹은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가 김만배씨가 화천대유로부터 장기 대여한 473억원 중 일부를 5만원 짜리로 현금화 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자금흐름이 포착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김 씨는 화천대유로부터 가져온 자금을 대장동 소재 묘지의 이장비로 썼다고 말했지만, 대표적으로 대장동 종중인 이씨 문중 등은 그런 거액을 보상 명목으로 받은 적이 없다고 맞받아쳤습니다.
그럼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요. 확인된 건 473억원 중 100억원 가량이 대장동 분양사업자인 이씨에게 전달됐다는 것과 이씨는 그 돈을 대장동 토목업자 나씨에게 다시 전달했다는 사실입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김만배씨와 이씨와 나씨, 또 다시 최소 2차례 정도의 단계를 거쳐 자금이 S사로 전달됐다고 추정합니다.
나씨의 손을 떠난 자금은 일상적인 경제 활동, 자금 대여·투자 혹은 전환사채 인수와 같은 기업 활동으로 위장돼 결국 이 후보의 변호인에게로 전달됐다는 주장이죠.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수원지검의 수사는 넓은 범위로 진행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금 출처인 김만배 씨를 포함해 자금 전달책이라는 의혹의 이씨, 나씨도 조사해야 하며 그 자금이 실제로 S사에게 전달된 것이 맞는지와 S사가 전환사채를 발행한 목적이 정말 변호사비 대납 목적이었는지까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돌고돌아 대장동 의혹의 출발인 '473억원'으로 회귀할 수 밖에 없는 셈입니다.
이런 의혹에 대해 S사와 이 후보는 모두 상상에 기반한 허구라는 입장입니다. 이 후보는 앞서 경기도 국감에서 변호사비 지급은 모두 금융계좌를 통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경찰 검찰에게 압수수색 필요 없이 계좌추적 조회를 다 동의하겠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드린다. 얼마든지 (계좌추적)하라"고 했습니다.
S사 측 역시 이런 의혹에 대해 "해당 CB는 화천대유 측과는 일절 연관이 없다"며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