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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밥을 다지는 지은이(가명).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학교는 가기 싫어 느릿느릿 움직이는 아이들이 토요일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나 옷부터 챙겨 입는다. 평일 내내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던 일하는 엄마의 손을 붙잡고 제일 좋아하는 센터(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에 가고 싶어서다. 아이들만 북적대던 평일 센터와 주말 센터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고 센터 안, 센터 밖 놀이터 곳곳에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엄마, 여기 봐요" "할머니 나 좀 잡아주세요" "아빠 같이 타요" 엄마 아빠 할머니를 부르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마치 노랫소리 같다.

저는 센터가 우리 마을에 들어와줘서
너무 행복해요
우리 광희가 집에 와서
잠 자면서도 내일 센터 가는 거
기대된다고 말하거든요
정말 고맙습니다.


센터 안은 더 분주했다. 엄마와 함께 요리를 배우는 '푸드테라피' 교실이 5주째 진행 중이다. 이날(30일)의 주제는 '할로윈'이다. 요리를 시작하기 전 각자 마음에 드는 할로윈 옷과 소품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다. 광희(가명)는 요즘 유행하는 '오징어게임' 속 관리요원 옷을 입고 왔다. 거기에 꼬마 마녀 고깔을 쓰고 할로윈 호박까지 들고 섰다. 한쪽에서 희준(가명)이가 일본 만화 캐릭터인 가오나시 가면을 쓰자, 희준이 엄마는 그 모습이 귀엽다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지은(가명)이 삼남매는 꼬마 마녀와 쾌걸조로로 분장했다. 한껏 할로윈 기분을 내고 나니 아이들과 엄마들은 더욱 신이 났다. 오늘 요리는 다른 날보다 더 맛있게 완성될 것 같다.



열일곱번째 이야기-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힐링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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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하게 밥을 다지는 지은이(가명).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선착순 모집이었는데, 오픈하자마자 순식간에 몰려서 30분 만에 마감이 됐어요"

푸드테라피 교실을 기획한 조소연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 과장이 귀띔했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인원을 받을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평일도 모자라, 주말까지도 일해야 하는 부모들이 많아 신청하는 가정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아이들은 평일 프로그램만큼 부모와 함께하는 주말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그건 부모들도 마찬가지였다. 주말에 아이와 놀 시간이 나더라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1시간 30분 동안 함께 수업을 들으며 아이와 요리를 만드는 일이 엄마들에게도 '힐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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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도움을 받아 주먹밥을 만드는 광희.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우와, 이렇게 하니까 진짜 꿀벌 같다. 정말 잘하네" 


엄마의 칭찬에 희준이가 배시시 웃는다. 이날 꿀벌 모양의 주먹밥을 만들었다. 동글동글 주먹밥 위에 꿀벌의 옷이 되는 '치즈'는 모양대로 잘라야 하고 김으로 눈코입도 만들어야 했다.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요리라 아이들이 완성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엄마의 도움을 받아 하나씩 완성해내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그렇지, 엄마만큼 든든한 천군만마가 또 어디 있을까.

주먹밥 6개를 만들기로 했는데, 신이 난 아이들은 내친김에 할로윈 주먹밥도 만들었다. 치즈 붕대를 칭칭 감은 미라 주먹밥도 만들고, 뿔이 난 괴물 주먹밥도 만들어 자기들끼리 낄낄거렸다.

다 만든 주먹밥을 예쁜 접시에 담아 다 같이 둥글게 모였다. 각자의 주먹밥을 소개하며 "oo이가 최고야"라며 엄지를 들어줄었다. 푸드테라피 선생님이 수업 시작하기 전에 나눠 준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이용권'에 각자 써 놓은 것도 발표하기로 했다. 광희는 프랑스 파리에 가고 싶다고 했다. 엄마랑 꼭 같이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보겠다고 말했다. 순간 엄마의 얼굴에 웃음꽃이 폈다. 희준이는 놀이공원에 가서 해적바이킹을 타고 싶다고 했다. 지난번에 탈 땐 겁이 좀 났었다고 엄마가 은근슬쩍 말하자, "아냐, 이제 잘 탈 수 있어"라고 삐죽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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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들이 만든 주먹밥.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 일을 가야 한다며 급하게 나서는 광희엄마를 잠시 붙들고 말을 건넸다. 광희엄마는 싫은 내색 없이 흔쾌히 대답해주었다. "저는 센터가 우리 마을에 들어와줘서 너무 행복해요. 우리 광희가 집에 와서 잠 자면서도 내일 센터 가는 거 기대된다고 말하거든요. 정말 고맙습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