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추진위원단 활동의 결과로 취약계층 아동들 겨울나기 물품을 살 수 있도록 후원금을 지원해 무척 기쁩니다
작은 숲에 뿌린 씨앗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찬바람이 조금 세차게 불어오는 계절이 돌아왔지만 바람 따위에는 지지 않을 만큼 제법 단단해졌다.
지난 10일엔 기쁜 소식이 들렸다. 시흥의 어른들이 나서 시흥 아이들을 돕겠다고 결성한 '시흥사랑 아이사랑 나눔 챌린지'가 첫번째 결실을 맺었다.
나눔챌린지를 통해 모은 후원금 3천300만원으로 시흥의 어른들이 시흥 어린이들의 겨울나기를 지원하고 나섰다. 봄부터 시작해 여름과 가을을 지나는 동안 후원자를 모으기 위해 발 벗고 나섰던 '천사(1004)추진위원단'과 이들의 취지에 십분 공감한 시흥 어른들의 덕이다.
정기후원을 약속한 어른이 또 다른 어른에게 '시흥의 아이를 시흥시민이 직접 돌보자'는 마음을 전달하고, 그 마음에 공감한 어른들이 정기후원을 약속하며 다시 다른 이에게 마음을 전하는 릴레이 나눔은 어느덧 634명(11월 26일 기준)의 어른들이 동참하고 있다.
시흥에서 음식점 '열린농원'을 운영하는 김수길씨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흥 아이를 돕기 위해 300만원을 기탁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제공
천사추진 위원단 활동에 어른들 '공감' 나눔챌린지로 후원금 3300만원 모아 음식점 운영하는 두 아이 아빠 김수길씨 300만원 후원도… "취약계층 위해 써달라"
특히 이 중 '300만원'은 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시흥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두 아이 아빠가 선뜻 일시후원금을 기부했다. 박홍구 천사추진위원단장이 자주 찾던 식당이었다. 박 단장은 우연히 식사를 하다 식당 주인인 김수길씨에게 나눔챌린지를 권했다.
평소에도 지역의 어려운 이를 돕는 일에 나서왔던 김씨는 흔쾌히 후원을 약속했다. 코로나19로 매일 아침 저녁 뉴스를 통해 고통받는 아이들의 기사가 많았다. 마침 내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함께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무엇'이 없을까 고민하던 터였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해 후원금을 사용해달라"며 기부했다.
그렇게 3천300만원의 후원금을 모아 66개 가정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외투, 건강한 식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천사추진위원단장으로 후원자 모집에 누구보다 열정을 다해왔던 박 단장의 감회도 남달랐다. "우리 천사추진위원단의 활동의 결과로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겨울나기 물품을 살 수 있도록 후원금을 지원해 무척 기쁩니다.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에게 캠페인을 알리는 역할을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시흥사랑 아이사랑 나눔챌린지의 첫번째 결실로 후원금 3천300만원을 모금, 시흥어린이들의 겨울나기를 돕는다. /초록우산경기지역본부 제공
엄마와 손 잡고 동네 걷고 이런 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일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아동협력사업도 조금씩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경기과학기술대학교와 환경보전교육센터가 시흥다어울림아동센터와 함께 생태계 체험교육사업을 시작했다. 주말마다 시간을 내 아이와 함께 부모가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벌써 10회 중 7번째 수업이 진행됐다. 하면 할수록 아이들과 부모들의 참여도가 높아졌다.
정왕동 마을을 함께 걸어다니며 곳곳에 숨겨진 도심 속 자연을 관찰하는 게 프로그램의 취지인데, 바쁘게 걷기만 할 땐 몰랐던 다양한 생물들이 우리와 함께 살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엄마와 손 잡고 동네를 걷는 일도 좋지만,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보며 "이거 엄마 어렸을 때 따 먹기도 했던 거야"라며 엄마의 옛 추억도 들을 수 있으니, 이런 게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일까.
센터를 찾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많아질수록 센터를 향한 부모들의 마음도 조금씩 변화를 겪고 있다. 아이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에 스스로 참여하고, 수업이 끝나도 자리에 남아 선생님과 아이들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가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 데 함께 머리를 맞댄다. 작은 숲이 울창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