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다'는 '샅샅이 훑어가며 살피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입니다. 인천은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이 있는 물류 거점 도시입니다. 인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물류 관련 활동을 '키워드' 중심으로 톺아보겠습니다.

'물류사(史)'가 있다면 2021년은 여느 해보다 기록할 양이 많을 것입니다. 2021년은 물류의 중요성이 강조된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코로나19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배달 음식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아졌고, 재택근무도 많아졌습니다.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을 더 이상 어색해하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해는 배달·운송·물류와 관련한 여러 이슈가 있었습니다. 지난해 물류 관련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톺아보겠습니다.

Q. 수에즈 운하는 왜 막혔을까요?
A. 수에즈 운하는 이집트 북동쪽에 있는 운하로 길이는 168㎞입니다. 1896년 건설됐습니다. 인도양에서 유럽을 가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야 했으나 수에즈 운하가 개통된 후에는 유럽과 인도양·태평양을 연결하는 최단거리의 항로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은 수에즈 운하가 있기 때문에 연료를 절감하고, 더 빨리 목적지로 갈 수 있었습니다. 파나마 운하와 더불어 세계 컨테이너선이 이용하는 대표적인 운하이기도 합니다.

수에즈 운하를 지나는 선박은 하루 50척 정도로 세계 교역량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세계 물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수에즈 운하는 2021년 3월 23일 막혔습니다.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돼 통행이 6일간 마비됐습니다. 에버기븐호 좌초로 수백 척의 선박이 수에즈 운하 입구에서 대기해야 했습니다. 모래 폭풍 영향으로 좌초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선박의 기술적인 문제나 사람의 실수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 사고로 90억 달러 상당의 물품 운송이 지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선박 한 척의 사고로 인해 세계 물류 흐름이 영향을 받으면서, 전 세계 공급망의 취약한 고리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2022012101000783000038473.jpg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코로나19 백신을 내리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

Q. 대폭 줄어든 항공기 운항.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A.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항공 운임은 3~4배 정도로 올랐습니다. 많게는 5배 안팎으로 뛰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운임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운송을 원하는 수요가 많을수록 운임은 오르고, 공급이 많을수록 운임은 내려갑니다.

운임 인상의 원인으로 공급 부족이 꼽힙니다. 입국 제한 등의 영향으로 여객기 운항이 대폭 줄어들면서 여객기 하부 공간(밸리)을 통한 운송이 어려워졌습니다. 운송이 필요한 화물은 그대로이거나 늘어나고 있는데, 항공기 운항이 줄어든 것입니다. 이는 운임 인상을 가져왔습니다. 항공사들은 여객기에 화물만 싣는 등의 방식으로 공급을 늘렸지만, 운임 인상 추세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많아진 점은 수요 증가로 이어졌고, 운임 인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면서 구입했던 물품들은 화물기나 여객기 밸리가 아니더라도 개인 캐리어에 싣고 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물품들은 온라인 주문을 통해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는 화물 수요 증가로 이어진 것입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의약품 수송도 수요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화물 운임 강세가 이어지면서 화물 부문에 관심이 많지 않던 저비용항공사(LCC) 등도 화물 영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언제 진정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항공기를 놀리는 것보다는 화물을 싣고 운항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2022012101000783000038472.jpg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60% 정도가 인천 신항에서 처리된다. 신항 야드트랙터가 컨테이너를 옮기고 있다. /경인일보 DB

Q. 해상 운송 '대란'. 왜 벌어졌을까요?
A. 지난해 '해운 대란'이라는 표현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수출입 기업은 배를 구하지 못해 수출입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화물 운송 운임은 치솟았고, 높은 운임에도 제때 화물을 운송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대란'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입니다.

글로벌 해상 운송 운임의 지표가 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올해 초 5천을 돌파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4천900대였으며,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 3월께 800 후반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5~6배로 오른 것입니다. 당분간 5천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항공 부문과 마찬가지로 해운 부문도 많아진 수요가 운임 인상을 가져왔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특히 2021년 3월에 있었던 수에즈 운하 사고가 운임 인상을 가속했으며, 그 영향이 아직까지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또 하나의 원인은 '노동자'입니다. 컨테이너선이 운항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에 화물을 싣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또 목적지 항만에 도착한 선박은 컨테이너를 내려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역할을 합니다. 이 컨테이너는 또다시 트럭을 통해 항만 밖으로 빠져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 중 어느 한 과정이 멈춰버리면 해운 물류는 차질을 빚습니다.

항만 노동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졌습니다. 선박에서 화물을 내리거나, 내린 화물을 트럭에 싣고 운송하는 과정이 지체된 것입니다. 처리하지 못하는 컨테이너가 점차 항만에 쌓였고, 이 때문에 선박이 항만에 들어와도 짐을 내릴 공간이 없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선박은 짐을 내릴 때까지 대기해야 합니다. 기존엔 하루 만에 짐을 다 내렸지만 1주일까지 소요되기도 했습니다. 선박이 출항하지 못하면서 입항을 하지 못하는 '대기 선박'이 늘어났습니다.

항만 내에 쌓인 컨테이너 때문에 운영 효율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미국 LA 롱비치항은 100척 정도의 선박이 해상에서 대기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Q. 인천항과 인천공항은 2021년에 어떤 실적을 거뒀나요?
A. 인천공항은 물류 부문에서 최고의 해였습니다. 인천항은 기대치에 못 미친 '반쪽 성과'에 그쳤습니다.

인천공항은 2021년 330만685t의 물동량을 처리했습니다. 전년 282만2천370t보다 17% 증가했습니다. 인천공항은 개항 이후 처음으로 연간 물동량 300만t을 돌파했습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고 진단키트와 백신 등을 항공으로 운송하면서 물동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일부 해상 물동량이 항공 부문으로 옮겨갔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올해도 물동량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인천항도 역대 최대 컨테이너 물동량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335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를 기록했습니다. 역대 최대 기록이면서 전년도 327만TEU와 비교해 3% 정도 성장했습니다.

다만 인천항은 지난해 초 연간 물동량 목표를 345만TEU로 설정했으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인천항 물동량은 상반기에 증가세가 두드러졌으나, 하반기 들어서면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글로벌 해운 대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