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발달장애인 2명이 돌봄 부담을 짊어진 엄마의 손에 목숨을 잃는 비극(3월4일자 5면 보도=[뉴스분석] '엄마 손에 숨진' 수원 장안구 8살 발달장애아동)이 벌어지자, 가족에게만 전가된 현행 발달장애인 돌봄 책임을 국가와 지역사회가 적극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지난 4일 성명서를 통해 "매년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죽음은 반복되어 왔다"며 "그 모든 죽음의 원인을 우리는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죽음을 선택하는 것이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보다 쉬운 선택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정부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때만 한 두가지 정책 또는 서비스를 베풀어주듯 발표하곤 한다"며 "근본적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표면에 드러난 문제만 봉인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서 문제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2일 오전 수원시 장안구 반지하 자택에 머물던 A(41)씨는 발달장애가 있는 8살 아들을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같은 날 시흥시 신천동에선 B(54)씨가 20대 발달장애인 딸을 살해하고 경찰에 자수했다.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A씨와 B씨는 발달장애 자녀를 홀로 키우며 경제적 어려움 등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평생케어 종합대책'
특성 고려 안 돼 '실질 도움 미비'
'국가책임제' 패러다임 전환 목청


문재인 정부는 24만여명에 달하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발생하는 이 같은 비극을 막고자 지난 2018년 9월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영유아기·학령기·청장년기·중노년기 등 생애주기 별로 세분화한 게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을 보호하고 있는 가족들은 정부의 종합대책이 가져온 변화를 크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발달장애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정책 설계 탓에 실질적인 돌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장애의 정도나 특성에 따라 지원 강도를 달리해야 하는데, 유사한 활동 지원 서비스들이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어 모두가 혜택을 받기 어려운 상태"라며 "국가책임제는 선언적 구호에 가깝지만, 핵심은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24시간 동안 살아갈 수 있는 지원 체계를 만들어 국가와 지역사회, 가족이 돌봄 책임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