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시에서 산책하던 발달장애인 실종 후 사망/전남 담양에서 아버지가 발달장애 자녀와 노모 살해/충북 청주에서 7살 발달장애 키우던 어머니 극단적 선택/서울 강남에서 20대 발달장애 돌보던 아버지 극단적 선택/서울 서대문에서 발달장애 자녀 둔 어머니 극단적 선택.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2021년 한 해 발달장애인 가족을 부양하고 있는 가정에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을 정리한 내용이다. 알려지지 않은 죽음까지 포함하면 수면 아래 더 많은 사연이 가라앉아 있을 수도 있다.
기초생활수급비 받던 두 가정 엄마
"살해할 권리 없었다" 비판 동시에
지난 2일 수원시 장안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선 8살 발달장애 아들이 엄마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이날은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이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시흥시 신천동에선 엄마가 발달장애가 있는 20대 딸을 질식해 숨지게 만들었다. 변명거리가 될 순 없지만, 두 엄마는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홀로 발달장애 자녀를 양육했다.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은 두 가정의 사연을 접하고 절망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부모들은 매년 비슷한 비극이 반복됨에도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는 책임이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음을 느끼고 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경기장애인부모연대는 8일 오전 11시 경기도청 앞에서 수원과 시흥에서 같은 날 숨진 두 명의 발달장애인을 기리는 추모제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부모들은 두 자녀를 비정하게 살해한 엄마들을 나무라면서도, 언제든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음에 좌절했다.
24시간 돌봄체계 구축 등 목소리 커
참석자들, 영정 앞에 '국화 한 송이'

허혜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부회장은 추모발언에서 "무슨 권리로 내 아이를 내 마음대로 죽인단 말입니까. 죽임을 당해도 되는 존재는 없습니다. 그 어떠한 죽음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유는 없습니다"라며 "다만 내가 내 아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힘든 세상을 사는 것보다 쉬운 일이라고 아마 생각했을 거라고 봅니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17살 발달장애 자녀를 돌보고 있는 박미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광명지회장은 이어 "9년 전에 제 자녀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8살 아동이었습니다. 입학의 설렘보다는 가파른 낭떠러지 끝자락에 서 있는 공포감이 제겐 더욱 컸습니다"라면서 "누가 이 가정을 이런 극단적인 상황과 막다른 궁지로 몰아넣었습니까. 이 사회 또한 함께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추모제 참석자들은 끝으로 얼굴 없는 영정 사진 앞에 국화 한 송이를 내려놓으며 앞서 간 이들의 평안을 바랐다. "그들은 살아있을 수 있었습니다", 24시간 돌봄 체계 구축 등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를 요구하고 있는 부모들의 마지막 말이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