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눈이 닿지 않는 무대 뒤편에서 작은 소리 하나까지 챙기는 기술의 바탕에는 무엇이 있을까.
경기아트센터에서 무대 음향을 총괄하는 정주현 음향감독은 늘 '친절'을 마음속에 품는다. 관객들에게는 기술적으로 '예쁘게' 다듬어진 소리뿐 아니라, 심리도 반영된다는 생각에서다.
정 감독은 "무대의 소리를 5분만 들어도 좋은 소리인지 아닌지 분간이 쉽지 않을 정도로 '소리의 마취성'이 강한데, 친절을 담아 좋은 소리가 전달되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무대 공연에서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공연 하나를 진행하려면 수많은 예술가가 서로의 합을 맞추는 것은 물론, 관객들과도 쉴새 없이 소통해야 한다. 그렇기에 정 감독은 불협화음이 없도록 동료들에게 말 한마디를 전할 때도 친절함을 담으려 애쓴다.
그는 "국악 공연의 경우에는 의사소통을 해야 할 당사자가 100명은 족히 된다"며 "친절한 말이 소리를 예쁘게 만드는 데 알게 모르게 연결되기도 한다. 화합할 때 결과물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주요 작품들 '손길' 18년째 몸담은 베테랑
기준에 부합하는 사운드에 희열 느끼지만
애정 어린 피드백 전해준 관객 존재감 커
경기무용단의 '련'과 '률',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역의 음향', 경기도극단의 '늙어가는 기술', 경기필하모닉의 '피가로의 결혼', 기획공연 '브런치 콘서트' 등 경기아트센터의 주요 작품들은 모두 그의 친절한 손길을 거쳐 탄생했다.
정 감독은 음향 장비를 25년 이상 다룬 베테랑으로 경기아트센터에 18년째 몸담고 있다. 그런 그가 긴 시간 동안 친절한 음향을 전달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애정 어린 피드백을 전해준 관객들의 존재가 컸다.
그는 "스스로 설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사운드가 나왔을 때도 희열을 느끼지만, 관객들이 애써서 '음향이 좋았다' '감동적이었다'는 후기를 전해줬을 때 좋은 공연을 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무대 공연장을 하나의 '큰 방'에 비유했다. 집 안 작은 방의 스피커 소리도 방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보다 큰 공연 무대에서의 변수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형 스피커 2개와 정삼각형 '관객 명당'
진보적인 '시나위 일렉트로니카' 기대감
그렇다면 어느 자리가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명당'일까. 공연장에서 스테레오 음향을 온전하게 듣기 위해선 설치된 대형 스피커 둘과 관객이 선 위치가 정삼각형을 그리는 것이 좋다.
정 감독은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의 경우 11~13열의 중간 좌석이 음향적으로 좋은 자리다. 보통 배우들과 가까운 앞자리를 많이 앉으려 하시는데 명당은 아니다. 위층의 발코니가 닿지 않는 위치, 공연장의 중간 정도가 가장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정 감독은 올해 선보일 공연 가운데 가장 기대하는 작품으로 '시나위 일렉트로니카'를 꼽았다. 그는 "일렉트로닉 장르에선 국악 공연에서 보기 힘든 저주파 음역의 악기를 조화롭게 구성해야 한다"며 "가장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음악공연이라서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
정 감독이 추천한 자리에 앉아 올해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릴 다양한 공연을 음미해보는 것은 어떨까.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