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적절하게 맞춰주는 것이 무대감독의 역할이죠." 관객을 위한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모든 것이 잘 맞아 떨어지게끔 부지런히 무대를 조율하는 또 다른 연출가, 바로 '무대감독'이다. 기획단계부터 참여해 조명과 음향, 기계, 무대를 연출가의 의도대로 실현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하나의 공연이 온전히 끝나기까지 엄청난 긴장의 시간이 흐른다. 20년 가까운 세월 일을 해왔지만, 김봉곤 감독에게 무대는 늘 새롭다. "모든 작품은 백지 위에 그려진다. 모든 것이 처음 같다"고 말한 김 감독은 모두가 최선을 다한 무대가 사고 없이 무사히 끝났을 때 맛보는 희열이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동료 노력 저버릴 수 없던 '황녀 이덕혜'
하늘 올라가는 장면, 아버지 보내는 느낌
자려고 누워있으면 자꾸만 생각나는 '큐'
그런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2019년에 선보인 '황녀 이덕혜'이다. 당시 공연을 준비하던 중 김 감독은 아버지의 임종 사실을 갑작스레 듣게 됐다. 하지만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슬퍼하며 오랜 시간을 보낼 틈도 없이 곧장 무대로 올 수밖에 없었다. 공연을 준비해 온 이들의 노력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아버지를 보낸 건 안타깝지만, 무대감독으로서의 약속은 지킬 수 있어 보람됐다"며 "황녀 이덕혜가 하늘로 올라가는 장면이 아버지를 보내는 느낌이 들어 항상 이맘때쯤 기억이 더 난다"고 했다.

무대감독들은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외워서 꿰뚫고 있어야 한다. 큐가 1초라도 늦어지면 공연을 하는 사람은 물론 보는 관객들까지도 호흡이 끊기게 된다. 또 호응이 좋은 장면에서는 그 여운을 좀 더 길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물론 큐시트가 있긴 하지만 하나의 참고 사항일 뿐,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무대를 위해서는 머릿속에 공연 자체가 완벽히 들어올 때까지 반복적으로 외울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작품을 맡으면 잠을 못 잔다. 누워 있으면 자꾸만 큐들이 생각이 난다"며 "지휘자들이 악보를 보며 손짓으로 연습하듯, 찍어놓은 영상과 리허설을 보며 외우고 단시간 내 시너지를 올릴 수 있게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머릿속에 완벽하게 들어올 때까지 외워
내달 15일부터 '순수-더 클래식' 기대감
"구성원 모두 책임감 갖고 화합 위해 소통"
올해 레퍼토리 시즌제에서 김 감독이 기다리는 공연은 4월 15일부터 3일간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순수-더 클래식'이다.
전통적인 것을 좋아하는 김 감독은 준비단계에서부터 '순수'라는 제목에 이끌렸다. 팬데믹으로 힘들고 민감해져 있는 도민들에게 정신적·문화적으로보탬이 되고, 새롭고 깨끗하게 치유됐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특히 이 공연은 한국 무용(경기도무용단)과 클래식(경기필하모닉)의 특별한 조화가 기대되는 작품이다.
김 감독은 오늘도 무대에 올라 공연을 그린다. 그리고 무대 위의 사람들과 그 뒤에서 뛰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완성도가 나오지 않습니다. 구성원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작품을 위해 화합할 수 있도록 늘 소통해야죠."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