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 본점을 둔 모아저축은행에서 직원이 수십억원의 기업 대출금을 빼돌린 금융사고(3월24일자 13면 보도=모아저축은행, 내부 통제 강화… PF대출 등 업무 시스템 재검토)와 관련해 저축은행중앙회가 재발 방지를 위한 전산시스템 정비에 나섰다. 금융감독원도 모아저축은행에 대한 수시검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저축은행중앙회는 전국의 저축은행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전산시스템을 정비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중앙회 전산시스템은 일부 대형 저축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저축은행에서 사용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은행 직원이 전산시스템을 통해 기업 등에 돈을 보내는 과정에서부터 횡령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모아저축은행 사건 이후 직원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는 일부 기능을 차단 조치했다.
PF대출 기업 계좌 바꿔치기 송금… 수취인란 편집기능 차단 등 개선중
저축은행들, 내부 감시 체계 한층 강화… 금감원, 수시검사 여부도 검토
모아저축은행 직원 A씨는 기업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수취인란 편집 기능을 사용해 동생 계좌로 돈을 보냈다. 해당 대출은 기업이 첫 계약을 할 때 전체 대출금 규모를 정한 뒤 필요할 때마다 요청하는 방식인데, A씨가 전산에 입력된 기업 계좌를 인위적으로 바꿔 송금한 것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횡령 등을 목적으로 다른 계좌에 돈을 보내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도록 해당 대출 유형에서 사용하는 수취인란 편집 기능을 차단했다"며 "다른 업무와 관련해서도 전산시스템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개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들은 중앙회 차원의 대책 마련과는 별개로 내부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에 있는 인천저축은행은 감사실을 중심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할 방안을 찾고 있다. 향후 감사실에서 내놓는 방안에 따라 지금보다 한층 강화된 대출 절차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은 모아저축은행 금융사고 직후 기업 대출 업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업무 시스템 현안을 전반적으로 파악한 뒤 내부 감시망을 새롭게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저축은행 한 직원은 "모아저축은행 금융사고 직후 내부적으로 '주의하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 차원에서 내부통제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모아저축은행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감원은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직접 조사에 나설 수 있다. 모아저축은행이 내놓은 대처가 미비하거나 자체 진상 규명 활동이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면 금감원이 직접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명종원·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