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경인고속도로 종점인 능해 나들목을 나오면 축항대로가 나옵니다. 축항대로를 따라 차량을 운행하다 보면 다른 도로랑 다른 점이 느껴집니다. 여느 시내 도로들과 달리 화물자동차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마 승용차를 운행해 연안부두를 가보신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도로 좌우에 있는 주유소들도 '화물차우대'와 같은 표기가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일대에 화물차가 많은 것은 인천항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천항 내항과 남항이 인근에 있고, 관련한 물류창고 등이 줄지어 있습니다. 최근에는 내수물류와 관련한 물류센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쿠팡' 등 전자상거래 기업의 물류창고가 이 일대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국제 무역이든 국내에서 이뤄지는 제품 운송이든 '화물차'는 가장 우리 일상과 가까운 운송 수단입니다. 화물차는 내뿜는 매연, 사고가 났을 때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 부정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운송 수단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모세혈관은 소동맥과 소정맥을 연결하는 그물모양의 얇은 혈관입니다. 전신에 분포돼 있고, 혈액과 조직 사이의 물질교환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화물차 또는 도로 인프라를 '물류의 모세혈관'이라고 비유하기도 합니다.
Q. 화물차가 물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A. 물류에 있어서 화물차를 거치지 않는 분야를 찾기가 어렵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게를 기준으로 했을 때 수출입 화물의 99%는 선박을 통해서 운송됩니다. 화물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30% 정도는 항공운송입니다. 다만 이 기준은 '수출입'이라는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국경을 넘는 과정에서는 선박과 항공기가 주로 활용되지만, 이후 목적지까지 운송되는 과정에서는 모두 화물차가 활용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을 예로 들어볼까요. 미국에서 생산된 백신은 생산공장에서 화물차에 실려 미국 공항으로 옮겨집니다. 항공기에 실린 뒤 국내에 와 바로 화물차에 실려 물류센터 또는 각 보건소 등으로 옮겨졌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온도 등에 민감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컨테이너 트럭에 실리진 않았지만, 화물차에 실렸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Q. 화물차가 원활히 활동하기 위한 인프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는 도로입니다. 다닐 수 있는 길이 없으면, 화물차의 활용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는 '주차 공간'입니다. 화물차는 일반 승용차보다 길이가 2배 이상입니다. 이 때문에 승용차 기준으로 조성된 주차장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화물차 전용 주차장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적절한 주차공간은 화물차 운전사의 휴식을 위해서 필요합니다. 주차할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주차장을 찾기 위해 운행 시간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전용주차장을 찾지 못하면 '한적한 주택가' 등에 불법 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기도 합니다. 이는 화물차 운전사의 피로도를 높일 뿐 아니라, 불법 주차된 차량 인근 주민들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또 주차 공간을 찾기 위해 운행 기간을 늘리면 그만큼 연료가 소모되기도 합니다.
주차장은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화물차 인프라이지만 충분히 조성돼 있지 않습니다.
화물연대 인천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화물차 밤샘주차로 단속된 건수는 5천700건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는 2016년 2천500여 건과 비교해 130% 정도 증가한 것입니다. 화물차 주차장이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Q. 화물차 주차장이 부족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인천에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는 3만2천318대입니다. 전국 43만3천356대의 7.46%이지만 인천항과 인천공항이 운영되고 있어 운행 빈도나 횟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럼에도 화물차 전용 휴게시설은 1개에 불과합니다. 화물차 전용 주차장은 5천560면으로 등록대수 대비 17.2%에 불과합니다. 화물차 주차·휴게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물차 주차장 확보가 쉽게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화물차 주차장이 '혐오시설'로 인식돼 있기 때문입니다. 화물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배기가스는 물론 사고 가능성 등을 이유로 주민들이 화물차 주차장을 반대합니다.
인천항만공사는 10여년 전부터 인천 신항 인근에 화물차 주차장을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주민들의 반발로 지체되고 있습니다. 주차장 예정지인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셉니다. 이 때문에 주거공간과 화물차 주차장을 분리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화물차 운전사들은 주차장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합니다. 인천 신항의 물동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화물차 주차장 등 인프라가 늘어나지 않으면 운전기사 뿐 아니라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고 주장합니다.
Q. 가까운 미래엔 화물차를 대체할 새로운 운송수단이 등장할 수 있을까요?
A. 화물차가 단기간에 많은 화물을 목적지까지 보낼 수 있는 수단이라는 점은 미래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아마도 화물차를 운행하는 방식의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화물차의 연료가 전기·수소 등 친환경 방식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이는 화물차로 인한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노력입니다. 이미 수소 연료 화물차 등은 생산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친환경 연료를 기반으로 한 화물차 인프라가 확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율주행 기술도 화물차에 도입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시내 구간이 아닌 자동차전용도로 구간은 변수가 적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화물차로 인한 부정적인 요소를 상당 부분 줄이는 데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