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를 표현할 때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이 종종 등장합니다. 위·아래·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롤러코스터를 변화무쌍한 남북관계에 비유한 것입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았습니다. 이후 남북은 여러 방면으로 교류·협력 사업을 빠르게 추진했습니다. 남북관계가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4년이 지난 2022년 4월 남북 관계는 더욱 경색됐습니다. 북측은 최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남측은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 당선인이 규탄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전 세계가 북한의 행동을 비판했습니다.
여러 변화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가 평화를 기반으로 긍정적으로 변화하길 바라는 것은 모두의 바람일 것입니다.
남북 평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교류'입니다. 지금처럼 인적·물적 교류가 멈춘 상태에서 급격한 관계 개선은 쉽지 않습니다. 교류는 관계를 개선하는 첫 단추가 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물적 교류'는 물류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인천은 과거부터 북측과의 교류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인천항과 북측 남포항을 오가는 화물선이 있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전 세계 화물 허브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인천이 남북 교류의 거점 역할을 하기에 최적인 이유입니다.

Q.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전에 남북 교류에 있어 인천은 어떤 역할을 했나요?
A. '트레이드포춘'이라는 이름을 가진 화물선이 있었습니다. 이 선박은 남북 교류의 상징처럼 여겨졌습니다. 10년 넘는 기간 인천항과 북한 남포항을 오가며 물자를 실어 날랐기 때문입니다.
국적선사인 국양해운은 2001년부터 트레이트포춘호를 투입해 인천항~남포항 정기노선을 주1회 운항했습니다.
운항을 시작한 지 이듬해인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트레이드포춘호는 남북을 오가며 컨테이너 6만3천552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와 벌크화물 15만2천96t을 운송했습니다. 당시 인천항에서 남포로 갈 때에는 섬유류, 화학, 전자·전기제품 등을 실었고, 북에서는 농수산물, 광물자원, 바닷모래 등을 주로 싣고 돌아왔습니다. 쌀과 밀가루, 분유, 의류 등 민간단체들의 대북 지원을 위해 보내는 물품도 대부분 트레이드포춘호에 선적돼 북에 전달됐습니다.
인천항과 남포항의 정기노선은 트레이드포춘호가 운항을 시작하기 3년 전인 1998년부터 진행됐습니다.
1998년부터 2011년까지 15년 가까이 진행됐던 남북 정기 노선은 우리 정부가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응해 남북 교역을 중단하는 5·24 조치로 끊겼습니다. 5·24 조치 직후엔 소량이나마 물량이 있었으나 급격히 줄었습니다. 결국 트레이드포춘호는 2011년 10월 운항을 완전히 멈췄습니다. 갈 곳을 잃은 트레이드포춘호는 결국 2012년 폐선됐습니다. 트레이드포춘호가 운항을 멈춘 지 10년이 지났지만 인천~남포항 뱃길은 아직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천항과 교류했던 남포항은 북의 수도 평양과 가까운 관문항입니다. 서울과 가까이 있는 인천항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항만·해운 업계는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남북을 잇는 뱃길이 열리면 가장 먼저 인천~남포항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A.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천공항은 물자 교류 보다는 다른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Q. 인천국제공항도 인천항처럼 물자 교류의 거점 역할을 했나요?
다만 인천항~남포항처럼 인천공항과 연결되는 정기 항공 노선은 운영되지 않았습니다. 일회성으로 행사 등을 위해 한국을 찾는 북한 인사들이 인천공항을 이용했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개항했습니다. 2000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열고 성사시킨 '6·15 공동선언'이 있었습니다. 이후 2007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북측 정상과 함께 '10.4 정상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인천공항이 개항한 직후 시기의 남북 관계는 이전보다는 훈풍이 불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인적·물적 교류도 이전보다는 활발했습니다. 인천공항은 주로 관문 공항으로서 역할을 했습니다.
2002년에는 '2002 남북통일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남측을 찾은 북한축구선수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했습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북한 선수단도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습니다. 2018년 2월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특사 자격으로 인천공항에 왔습니다.
인적 교류가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인천공항의 역할이 확대되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었습니다.
다만 향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인천공항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인천공항이 가진 물류·여객 네트워크, 공항운영 능력 등을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Q. 향후 남북 교류와 관련해 인천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A. 결국은 남북 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전에 준비하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인천시는 2021년에 인천공항을 대북교류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연구했습니다.
인천시는 이 연구에서 남북 협력이 재개되고,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있게 되면 항공사의 운영 효율성이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현재 인천공항을 운항하는 항공기는 모두 북측의 영공을 피해서 운항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운항 시간이 길어지고, 연료 소모가 많습니다.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 이러한 비효율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인천공항의 항공 네트워크를 북측이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중국도 국제선 네트워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인천공항을 거쳐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객이나 화물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마찬가지로 북측의 평양순안공항, 삼지연공항 등을 인천공항과 연결하면 북측의 항공 네트워크가 확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인천공항과 북한 공항과의 정기항로를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됐습니다.
인천시는 직접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경지역을 포함한 인천 지역의 중요성은 작아지지 않습니다. 또 북측과 가까우면서도 인천항·인천국제공항과 같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관계 개선이 이뤄졌을 때 그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평화가 담보됐을 때를 미리 준비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Q. 인천공항공사는 쿠웨이트와 인도네시아 등 세계 곳곳에 인천공항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해외진출사업의 대상이 북측이 될 수도 있을까요?
A.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다만 지금은 그 시기가 언제가 될 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 또 그것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인천공항의 운영능력 등은 전 세계에서 인정했습니다. 세계 공항서비스평가에서 12년 연속 1위를 달성했습니다. 또 쿠웨이트와 인도네시아 공항 운영 사업권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을 넘어 자국의 공항운영을 맡길 수 있을 정도로 신뢰를 확보한 것입니다. 동남아시아, 유럽 등은 경쟁적으로 공항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교류 측면에서 공항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북측은 지금은 닫혀 있는 상태입니다. 인천·물적 교류가 제한적입니다. 이 때문에 공항이 있지만, 시설 수준은 낙후돼 있을 것이라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북측이 새로운 공항을 건설할 때, 인천공항이 역할을 한다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이는 신뢰 회복을 토대로 한 남북 협력 재개, 남측의 지원, 국민의 공감대 등이 모두 전제돼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상황이 너무 멀지 않은 미래에 올 수도 있습니다.
1999년까지만해도 남북 관계는 일부 물적 교류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이 이뤄지고, 2003년엔 금강산 여행을 자유롭게 오갈 정도로 관계가 급속도로 좋아진 전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