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4.jpg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장애인 부모연대 주최로 열린 '가족에게 죽임을 당한 두 명의 발달 장애인에 대한 추모제'에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2022.3.8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제가 죄인입니다. 딸과 함께 가려 했는데···"

발달 장애가 있는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50대 친모가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눈물을 훔쳤다.

20일 오전 10시께 수원지법 안산지원 401호 법정. 옅은 녹색 수의를 입은 친모 A씨가 법정에 들어섰다. A씨는 지난달 2일 시흥의 자택에서 발달 장애 자녀를 질식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지난해부터 인천에서 40평 남짓한 작은 화원을 운영(3월4일 인터넷 보도=발달장애 딸 죽인 엄마, 열심히 일했지만… 이겨내지 못한 생활고)했지만 장사가 잘되지 않아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형에 앞서 공소사실을 낭독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신변을 비관하고 자살하기로 했다"며 "피고인은 본인 사망 시 지적 장애 있는 아이가 혼자 살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물에 타 피해자에게 마시게 했고 피해자가 잠들자 입과 코를 막고 질식해 사망하게 했다"고 말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형사1부(부장판사·김영민)는 피고인에게 혐의를 모두 인정 하느냐고 물었다.

A씨 변호인은 공소 사실을 인정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피고인은 지체장애 3급 딸을 어려운 상황 속에서 22년간 애지중지 길러왔습니다. 갑상선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한 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오직 딸만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버텨왔습니다."

그는 범행 당시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피고인은 1년 넘는 기간 동안 극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검찰은 2022년 1월부터 피고인이 모친의 수면제를 가져와 범행에 이용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지만 그만큼 피고인은 극심한 우울증 겪었습니다. 우울장애, 강박장애, 정신분열, 양극장애 등으로 약 복용 했을 당시 스트레스로 사물 변별력 미약했다는 게 저희 입장입니다. 피고인은 법원이 어떠한 처벌 내리더라도 별도 변명조차 하지 않는 심정입니다."

A씨도 최후변론에서 심경을 전했다. 그는 애써 참아오던 눈물을 터뜨렸다. "반성하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딸에게 사과하고 싶습니다. 도저히 어떻게 된 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 순간 제 몸에서 악마가 살아있는 것 같았고···제 딸 이름 앞에 어떠한 용서도 받을 수 없다는 걸 잘 압니다. 어떠한 죄를 묻는다 하시더라도 저는 달게 받을 것을 맹세합니다. 제가 살아 이 법정 안에 앉아 있는 거 자체가 너무너무 힘들고, 잘못했습니다."

검찰은 이날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다음 재판은 5월 20일에 열린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