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은 어둠이 완전히 통제되는 곳이다. 어떤 것을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이 필요하다. 관객들이 극장에서 무엇을 보게 할 것인지 결정하는 조명감독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
그 역할에는 단순히 공연을 시작하고 끝낼 때 극장을 밝히고 어둡게 만드는 것에서부터, 어떠한 사물을 부각하거나 사람의 마음이나 극이 갖고 있는 심상을 이미지화시키기도 한다. 때로는 공간의 제약 때문에 만들 수 없는 또 다른 무대를 조명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래서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들은 자연스레 조명에 대한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김보미 경기아트센터 조명감독은 "마음이나 음악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다 보니 관객들이 조명을 통해 느끼는 자신만의 느낌을 오래 간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선일때 '정답' 판단은 신중"
코로나 영향 비대면공연 특별한 경험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장면에는 수많은 고민과 다양한 요소들이 담긴다. 특히 조명은 다른 부분들과 어우러지지 못하고 남발되면 무대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김 감독은 "연출가는 다른 시선을 보고 있는데 우리가 답을 갖고 있으면 안 된다"며 "경험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정답이라 생각해선 안 되고, 새로운 것을 같이 찾아야 한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밝혔다. 연출가의 의도를 잘 맞춰 나가는 것, 무대 속에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것이 김 감독이 생각하는 '조명'이다.
이렇게 공연장에서 10여 년의 경력을 쌓아온 김 감독에게 코로나19로 찾아온 비대면 공연은 특별한 경험이자 도전이었다. 실제 무대에 맞춰서 준비한 조명이 카메라로 봤을 때와 달랐던 것.
김 감독은 "온라인 공연을 촬영할 때마다 카메라의 원리에 대해 공부하고, 조명 설계를 바꾸며 적응해 나갔다"며 "이제는 무대 위를 사람의 눈이 아니라 카메라의 시선으로도 볼 수 있게 됐다. 나름의 영역을 넓혀갈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떠올렸다.
카메라의 눈 '고민' 영역 넓혀갈 기회
"모든 장치와 조화 이룰때 가장 빛나"
'조명은 무대 위에서 예술가들과 동시에 공연을 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김 감독은 "모든 장치와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때 조명은 가장 빛난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의 예술가들이 부각 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며 "인간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긴 공연을 일상처럼 즐길 수 있어 감사하다. 공연을 만드는 입장에서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 작품을 만들어 간다는 자체가 정말 의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나위오케스트라의 '장단의 민족'을 한창 준비 중이다. 관객들이 많이 찾아오셔서 공연의 감흥과 예술가들이 뿜어내는 기운을 받아 가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