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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연합뉴스

야 물 가져와. 아기 좀 돌봐라

일방적 지시의 강압적인 말투에 이어진 일상적인 폭력에도 시무룩한 표정만을 지었을 뿐 묵묵히 지시를 수행했던 사람. 수원 '인터넷 라이브 방송 살해 사건'(4월14일자 7면 보도=[단독] 살해당한 시청자, 인터넷 방송인에 '아빠'라 불렀다) 피해자의 모습이다.


피해 남성과 가해자인 BJ가 H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모습을 목격했다는 제보자 A씨는 28일 지난 2~3월 피해자가 맞는 모습을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고 증언했다. A씨는 "피해 남성은 가해자인 BJ 채널에 함께 등장했다. 피해 남성이 가스라이팅 당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단언했다.

A씨는 BJ가 피해 남성을 가학적으로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것은 아니지만, 방송에 비친 모습만으로도 가스라이팅을 의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해 BJ는 주로 시청자들과 소통하며 신청곡을 불러주는 방송을 했다. 그 과정에서 갑자기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옆에 있던 피해 남성에게 손찌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BJ는 "야 물 가져와" "아기 좀 돌봐라" "제대로 안 하냐" 등 피해 남성을 윽박지르면서 주먹으로 뒤통수, 팔 등을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제보자 A씨 피해자가 맞는 모습 실시간 지켜봐
사건 가해자인 BJ '야 물 가져와' 윽박질러도
피해 남성 항변하지 않고 시무룩한 표정만 지어
"잔심부름 도맡았고 욕설 듣고도 항변조차 안해"

A씨는 "피해 남성은 BJ의 잔심부름을 도맡아 했고 욕설을 듣고도 제대로 항변조차 하지 않았다"며 "피해 남성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BJ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방송을 이어가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했다. 또 "H라이브 방송에서는 BJ를 호스트라고 부르는데, 호스트가 방송 중 열 받으면 게스트(피해 남성)한테 욕하고 때리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 남성은 그때에도 큰 반응이 없었고, '아 알겠어요' 이런 식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도 채널 시청자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A씨는 "게스트(채널 시청자)들도 그냥 아무 얘기 없이 영상을 묵묵히 보고 있었다"며 "H라이브 방송에서 게스트들은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시청만 한다"고 전했다.

한편, A씨는 가해자가 H라이브 방송에서 활동한 닉네임(활동명)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이는 가해자의 닉네임으로 알려진 것과 일치했다. 또 A씨가 손찌검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힌 시점은 경찰 조사에서 나타난 피해자의 사망 시점과도 동일했다.

/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