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 장애인시신 암매장사건 피해자 E(28·남)씨를 감금·폭행한 것으로 신고당한 가해자(5월6일자 6면 단독보도=김포 장애인 사체유기 두달전 감금·폭행 신고 있었다)가 이번 사건의 주범인 B(27·남)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피해사실을 부인하는 E씨 진술 등을 토대로 사건을 종결했는데, 그 이전부터 E씨가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리다 숨진 정황이 드러나면서 '신뢰관계인'을 동석하도록 권고하는 지적장애인 조사지침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전부터 지속적인 폭행 시달려
거동불능 상태… 기저귀 착용도
11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암매장사건 피의자 A(30·남)·C(25·여)씨의 인천 남동구 집에서 지난해 10월 중순 "B씨가 E씨를 감금하고 폭행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E씨는 같은 해 9월부터 A·C씨 집에서 거주했으며, 암매장사건의 또 다른 피의자 B·D(30·여)씨도 이곳에 얹혀살고 있었다.
경찰이 제3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정작 사건 당사자 B씨와 E씨는 집에 없었다. 이에 경찰은 피해자로 지목된 E씨와 통화해 "감금·폭행당한 적 없다"는 진술을 청취하고 동거인 A·C씨 등으로부터는 "폭행을 목격하지 못했다"는 증언을 추가 확보, 신고내용의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한 뒤 철수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두 달 후 E씨는 감금·폭행 신고된 장소에서 B씨 등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숨졌다. 지속적인 폭행에 노출된 E씨는 거동불능 수준까지 상태가 악화해 기저귀를 착용한 채 방치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과정에서 피의자들은 "(E씨로 인해)집안에서 악취가 났다"고 진술했다.
이처럼 지난해 112신고 무렵 E씨가 실제 감금·폭행당했을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경찰의 초동 대처가 지적장애인 조사지침을 반영해 적절히 이뤄졌는지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교육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지난 2014년 공동 발간한 '장애인 경찰조사 가이드라인'에는 지적장애인을 조사할 시 신뢰관계인을 동석하게 하고 있다.
警 "통화땐 의사소통 문제 없어"
신고 당시 초동 대처 미흡 지적
다만 이번 사건의 경우 현장 신원조회만으로는 사건 당사자들의 지적장애 여부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했다는 의견도 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E씨가 현장에 없었기 때문에 장애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출동 경찰관이 총 3회 전화를 걸어 피해사실을 거듭 물을 때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다"며 "당사자인 E씨가 계속 부인하자 추후 신고방법을 안내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관계자는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경찰들이 지적장애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A·B씨, 살인방조 및 사체유기 혐의로 C씨, 사체유기 혐의로 D씨를 지난 6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12월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인천 남동구에서 E씨를 폭행해 숨지게 하고 김포 대곶면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지난달 28~29일 체포됐다.
/김우성·배재흥·변민철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