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장애인시신 암매장사건의 피해자가 숨지기 두 달 전 이번 사건 주범에게 감금·폭행당했다는 112신고가 접수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가운데(5월12일자 7면 단독보도='김포 암매장' 2개월전 감금·폭행도 주범 소행… 경찰 '장애인 조사 가이드라인' 따랐는지 의문),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한 조사체계 전반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2일 경인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경찰이 운영 중인 휴대용 단말기로는 현장에서 사건 당사자의 장애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
특히 외양만으로 비장애인과 구분이 안 되는 지적장애인은 개개인이 소지한 복지카드를 통해서나 확인할 수 있고, 이번 사건처럼 대면조사마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전화 통화로는 장애를 유추하기가 어렵다는 게 일선 경찰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포 암매장 사건으로 드러난 맹점
외양 구분 안돼 복지카드 확인해야
행정기관·경찰 협력체계 가동 필요
숨진 피해자가 암매장사건 주범에게 감금·폭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도 당시 정황상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알아내는 게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이미 자취를 감춘 피해자는 경찰과의 세 차례 통화에서 피해 사실을 모두 부인했으며, 의사소통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폭행신고 출동 현장에서 경찰이 피해자의 지적장애를 파악할 수만 있었다면 사건처리의 향방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애인 경찰조사 가이드라인'은 지적장애인을 조사할 때 신뢰관계인을 동석하도록 권고하는데, 실제로 신뢰관계인이 입회한 조사에서 지적장애인 피해자가 기존 진술을 번복한 사례가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3월 의정부 일대에서 지적장애인을 자동차 트렁크 등에 가두고 폭행한 일당을 검거한 경찰 관계자는 "처음에는 피해자가 겁에 질려 피해 사실을 모두 부인하다가 부모를 동석시키자 그제야 진술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폭행신고가 현장종결되고 그로부터 얼마 뒤 지속적인 폭행에 시달리던 지적장애인이 결국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출동 경찰관이 사건 당사자의 장애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적장애인 조사지침이 사문화하지 않고 현장에서 안착하도록 경찰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동사무소·복지기관·경찰 등이 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다기관 협력체계'가 가동된다면 출동 경찰관이 상황을 판단하거나 수사할 때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분명 높아질 것"이라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집된 정보를 제대로 활용해야 한다. 경찰들이 지적장애인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조사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우성·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