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시간 아이 수발·직장 그만둬
나이들면 몸도 아프고 마음 지쳐
시민단체, 돌봄체계 구축 등 요구
시민단체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던 이 어머니가 건넨 수면제를 먹고 세상을 떠난 30대 여성을 추모하기 위해 30일 인천시청역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이곳을 다녀온 김씨는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한 어머니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나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 너무 무섭다"며 이 가족을 안타까워했다.
김씨의 아들인 최유식군은 내년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김씨는 "고3 학생들의 수능시험이 끝나는 올해 11월부터는 아들이랑 24시간 동안 집 안에서만 생활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주간보호센터 등 성인 장애인을 위한 시설들이 있지만 대기자가 많아 입소하는 데 10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앞으로는 온전히 내가 아들을 돌보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중증 장애인 대부분은 일상생활을 하는 것에도 다른 사람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중증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24시간 동안 아이 곁을 떠나기 어려운 이유다. 김씨는 최군이 장애 판정을 받은 이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중증 장애인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아이들의 몸은 자라지만 자신들은 늙어가는 것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혼자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은 60대가 되면 어깨나 무릎에 모두 병이 생긴다"며 "내 자식이니까 평생 돌봐야 하는 것은 맞지만, 몸이 힘들다 보니 마음도 지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나와 남편이 나중에 세상을 떠난 다음이 가장 걱정이 된다"고 했다. 그는 "지금처럼 장애인 돌봄을 가족이 모두 감당하는 사회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유식이는 연년생 남동생이 돌봐야 하는 형편"이라며 "유식이가 동생의 평생 짐이 되느니…"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분향소에서 만난 김선정(40)씨는 초등학교 2학년생인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근 서울 성동구에서 한 4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6세 아들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에 대해 "어떠한 사정이었는지 알지 못하지만 부모들은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을 때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게 된다. 장애 가족을 위한 도움이 필요한데 우리 사회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놀이터 같은 곳에도 마음 편히 데리고 나가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향소를 설치한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장애인 24시간 돌봄 체계 구축과 장애인 복지 예산 증액 등을 정부와 인천시에 요구하고 있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