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바.jpg
김포 다도박물관 손민영 관장.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찻집보다는 카페가 더 흔한 요즘이지만 어떤 형식으로든 차(茶)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이다. 하지만 차와 예절에 대한 것은 말로만 설명하기가 참 어렵다. "'다도(茶道)'는 들려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한 김포 다도박물관 손민영 관장의 말에 "맞다"며 맞장구친 이유였다.

"돌이켜보니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하시던 서당에서 어머니가 차를 만들어 손님께 대접했고, 저 또한 쓴 차로 기억했던 차를 이미 오래전부터 접하고 있었던 거예요. 차를 가까이했던 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였던 것 같아요."
다도 알리기 사명감… 20여년간 운영
세계 돌며 규방문화 유물 3천여점 소장
사실 손 관장은 생활예절 교수로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쳐 왔다. 그러다 관혼례, 제례 등에 모두 들어가는 차에 대해 4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전공을 가장 맛있게 살린 사람 중 하나이지 않을까'라며 웃어 보인 손 관장은 그렇게 우리나라의 차 문화와 예절을 가르치는 데 평생을 쏟았다.

2022061901000659200032783.jpg
김포 다도박물관 전시장 전경.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시대에도 차의 존재가 확인되고, 고려시대 즈음엔 상류층이 즐기는 문화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한재 이목 선생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다서(茶書)인 '다부(茶賦)'를 펴냈고, 다도박물관은 그런 인연으로 한재당과 선생의 묘지가 있는 김포에 자리하게 됐다.

이제는 국내 대학에도 다도학과가 생길 정도로 관심이 높아졌지만, 다도와 관련한 시설은 전국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다. 개인이 운영하는 사립박물관은 더더욱 그렇다.

'사명감'은 손 관장이 박물관을 만들고 20여 년간 운영하게 한 원동력이다. 한 분야를 이토록 깊고 오래 연구하고, 가르치고, 알리는 일은 진정한 덕후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박물관에는 3천점 이상의 차와 관련된 소장품들이 있다. 찻잔과 다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상과 그 시대의 배경이 되는 장롱 등 가구, 판자에 쓴 글씨, 달항아리와 같은 규방 문화를 나타내는 물건들이 한데 모여있다. 차에 관련된 도구를 모으기 위해서 갈 수 있는 나라는 다 갔다던 손 관장 역시 '미쳐 살았다'는 말을 넌지시 꺼냈다.
도구의 배열이 순수·질서 가르쳐줘… 차엔 고귀한 학문의 문구 다 들어 있어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차의 매력, 어떻게 보면 그저 풀이고 나무인 차에 대해 손 관장은 '신비성'을 언급했다.

"굉장히 까다롭고 도도하게 자란 차는 그만큼 건강에 이롭기도 하죠. 또 다도를 가르치면 질서와 나눔, 공경의 정신을 배울 수 있어요. 도구의 배열이 순수와 질서를 가르쳐 주기도 하죠." 예절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차와 함께하며 달라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면 그렇게 배부를 수 없다는 것이 손 관장의 마음이다.

2022061901000659200032781.jpg
김포 다도박물관 손민영 관장. /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손 관장을 만난 거실에 놓인 '실화상봉'의 사진 한 장이 떠오른다. 차나무는 특이하게도 열매가 맺히면 다시 꽃이 필 때까지 떨어지지 않고 달려있다. 꽃과 열매가 마주한다는 것은 심오하고 오묘한 삶의 의미를 전한다.

'차에는 고귀한 학문의 문구는 다 들어있다'고 말한 손 관장이 따라준 한 잔의 차가 그날따라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연재_덕후만세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