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탄강 유역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지 2년. 재인폭포와 주상절리 등 청정 생태계와 아름다운 경관으로 각광받아야 할 한탄강이 정체 모를 검붉은 물로 위협받고 있다.
북부에 집중 조성된 섬유단지에서 내뿜는 폐수와 축산농가에서 배출된 분뇨들로 뒤섞인 이 검붉은 물은 인체와 해양 생태계에 어떠한 손상을 주는지도 정확히 연구된 바 없는 상황이다.
더 중요한 건, 높은 '색도'(밝기를 무시하는 색의 정도)의 핏빛 물이 한탄강을 뒤덮어 관광자원으로서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한탄강 지류인 양주, 동두천 신천이 '죽음의 하천'으로 불리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그동안 정부와 경기도가 관련 연구용역과 각종 대책을 세웠음에도 개선에 다가가지 못한 게 현실이다. 경기북부를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으로 만들겠다 공언하며 남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과연 북부의 숙원 사업인 한탄강 색도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까.
경인일보는 색도를 통한 한탄강 수질과 오염 현황을 면밀하게 살피고, 한탄강의 가치 보존과 북부 발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 편집자 주
주변 쇠 냄새·피비린내 악취 가득
지난 22일 양주시 신천공공하수처리장과 인근 지방하천인 신천 사이 건널목. 다리로 연결된 건널목 아래 시내는 하수처리장 방류구에서 나온 검붉은 와인색 물이 마치 폭포수처럼 쉴새 없이 쏟아져 내렸다. 물이 쏟아진 지점의 바위와 벽은 얼마나 오랫동안 핏빛 물이 쓸고 내려갔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동시에 건널목 일대는 쇠 냄새와 피비린내가 뒤섞인 시큼한 악취로 가득했다. 쏟아진 검붉은 물은 그대로 건널목 밑 하천둑을 따라 신천으로 흘러들어갔다. 신천은 한탄강 지류 중 하나로 동두천, 연천을 거쳐 그대로 한탄강 하류로 합쳐진다.
신천에서 동두천으로 검붉은 물이 흐르는 동안 강물은 맑고 투명한 색과 검붉은 색 두 가지로 선명히 나뉘었다. 하천 위 교량인 선업교에서 바라본 신천의 모습은 마치 기름과 물이 뒤섞이지 못해 기름띠를 이루는 것 같았다.
신천 둔치 보행로에서 산책을 하던 강모(42)씨는 "저 붉은 물을 볼 때마다 깜짝 놀란다. 동네 주민들은 일부러 붉은 물이 덜 보이는 하수처리장 맞은 편 길을 주로 오간다"면서 "이곳으로 이사 올 때 같은 단지임에도 베란다에서 신천이 보이는 집은 더 집값이 저렴하다고 들었다. 그 정도로 인근 주민들에게 저 검붉은 물은 큰 혐오감을 주는 대상"이라고 말했다.
"신천 보이는 집 더 싸" 혐오 대상
주민 "경기 북부라서 방치" 체념
원인은 섬유단지 방출 '염색 폐수'
신천하수처리장에서 7㎞ 떨어진 동두천환경사업소 인근도 한탄강으로 이어지는 신천 줄기가 붉은 물로 얼룩져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폐수를 깨끗하게 정화해 양호한 수질의 물을 내보내야 할 하수처리시설들에서 잇따라 오염된 듯한 핏빛 물들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동두천에서 20년 이상 거주했다는 최모(64)씨는 "이런 검붉은 물이 만약 한강에 흘렀다면 과연 이렇게 방치될 수 있을까 싶다. 결국 경기북부이고 물이 흐르는 곳이 한탄강이기 때문에 관심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현실"이라며 "몇 년 전부터 주민센터나 지자체에 문제를 반복해 제기를 왔지만, 크게 바뀌지 않는 물빛을 보며 체념하고 살아간다"고 고개를 저었다.
북부 주민들을 괴롭히고, 세계 지질공원인 한탄강의 수질을 위협하는 검붉은 물의 정체는 한탄강 유역에 대거 몰린 섬유단지들에서 나온 '염색 폐수'다. → 관련기사 3면([검붉게 물든 한탄강의 비탄·(上)] 섬유업체 350곳에 처리시설 '0'… 생태계 '독성' 물들이는 염색물)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