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인천시 등이 수천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자기부상철도가 개통 6년 만에 운행 중단됐다. 이용객이 적고 기대했던 기술 수출 등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다.
자기부상철도를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부터 중정비 시행을 이유로 자기부상철도를 운행하지 않고 있다. 2016년 2월 자기부상철도가 개통된 지 6년5개월만이다. 자기부상철도는 개발·건설비로만 4천149억원, 운영비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총 4천500억원이 투입된 시설이지만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 일지 참조
자기부상철도는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부터 용유동 관광단지까지 6.1㎞ 구간 6개 정거장으로 건설됐다. 개통 당시 세계 두 번째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자기부상철도가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를 오가는 내·외국인에게 새로운 명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했다.
개통 이후 용유동 개발이 이뤄지면 노선을 확대하는 방안도 염두에 뒀다.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여객과 주민들에게는 교통수단으로써 활용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고, 1천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신기술인만큼 해외에서도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천공항, 중정비 시행 '운행중단'
교통센터~용유동 관광단지 6.1km
개통 첫해 이용 예측치의 12% 불과
개통 직후부터 전망은 빗나갔다. 개통 첫해 하루 평균 이용객은 2천479명으로 예측치인 2만494명의 12%에 불과했다. 이용객이 가장 많았던 2019년에도 하루 평균 4천12명이 이용하는 등 예측치 3만5천156명의 11% 수준에 그쳤다. 무료로 운행됐지만 이용률은 저조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 2월20일부터 하루 운행 횟수는 103회에서 24회로 줄었고, 이용객 수는 더욱 감소했다. 2021년 하루 평균 이용객은 325명에 불과했다.
기술 수출이나 노선 확대도 이뤄지지 않았다. 자기부상철도가 인천공항에 도입되는 과정에서 대구시, 광주시, 대전시 등과 유치 경쟁을 벌였는데, 결국 영종도에 설치키로 결정됐다. 이후 대전시는 도시철도 2호선을 자기부상철도 방식으로 건설하려 했으나, 이를 노면 트램 방식으로 변경했다. 시설을 확충해 인천 영종도 전체를 순환하는 계획도 백지화됐다.
해외 수출도 성사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한 뒤, 운행 안전성 등이 입증되면 기술을 해외로 수출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시범사업을 토대로 확장하려 했던 자기부상철도는 국내외에서 외면받는 신세가 됐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현 방식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운영비로 매년 평균 60억원이 소요되고, 특히 부품 제작사가 파산해 향후 유지·운영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인천공항공사 설명이다.
영종도 순환 확대 계획 '백지화'
유지비 부담… 기술수출도 막혀
관광 활용 '궤도시설' 전환 진행
인천공항공사는 유지비 절감을 위해 도시철도로 분류돼 있는 자기부상철도를 관광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궤도시설로 전환하기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 중구에서 운행하는 월미바다열차가 궤도시설에 해당한다. 인천공항공사는 궤도시설 전환이 이뤄지면 유지·운영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철거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기존 방식대로 운영하기엔 수리·정비 등의 부분에서 어려움이 크다"며 "국토교통부, 인천시와 협의해 궤도시설로 운영 방식을 변경할 예정이며 이후엔 (운영 유지 또는 매각·철거 여부 등)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