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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인천시 남동구 한 빌라에 사는 40대 남성이 이웃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의 범행 동기는 다름 아닌 '층간소음'이었다.

공동주택에서는 층간소음뿐만 아니라 쓰레기, 주차, 흡연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이웃들이 얼굴을 붉히는 일이 늘고 있다. 이웃 갈등으로 촉발된 범죄는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제는 이웃 갈등이 개인 간 문제를 넘어 사회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이를 해결할 만한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다.

경인일보는 공동주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웃 갈등 실태를 짚어보고 대책 등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코로나로 외부활동 줄자 '더 마찰'
층간소음·담배·주차문제 시빗거리

"집이 마치 지옥 같습니다."

인천 부평구 한 빌라 4층에 사는 문소정(가명·45)씨는 5년 전 아랫집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오면서부터 층간소음과 담배 연기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오랜 투병생활 중인 그는 주로 집에서 요양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러나 5년 전부터 3층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에 그는 하루도 마음 편히 생활한 적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올라오는 쿵쾅거리는 소리 등 생활소음으로 문씨의 심신은 지칠 대로 지쳤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어서인지 아랫집 소음이 심해지자 참다못한 문씨는 직접 찾아가 항의도 해봤다. 그러나 3층에 사는 남성은 오히려 언성을 높이는 등 문씨를 위협했다.

결국, 문씨는 보복을 당할까 두려운 마음에 주변에 하소연도 못 하고 속앓이만 해야 했다. → 그래프 참조

여전히 아랫집과 갈등이 풀리지 않은 문씨는 언제 또 담배 연기가 올라올지, 밤에 소음이 나진 않을지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이제는 집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다고 호소한다. 그는 "편안해야 할 내 집에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며 "경찰, 구청, 보건소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문씨처럼 인천에서는 아파트, 다세대주택(빌라 등),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이웃과 갈등을 빚다가 심지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있었다.

보복이 두려워 참으며 버티기도
"정부·지자체 중재기구 신설해야"

지난해 11월 인천 남동구 논현동 한 빌라에서는 한 40대 남성이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던 이웃 일가족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에는 사소한 듯 보이는 주차문제조차 이웃 간 시빗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해 4월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아파텔(아파트와 오피스텔을 합친 말)에서는 주차장 통행로 등을 막아선 한 차량 소유주가 이른바 '무개념 주차'를 지적하는 이웃 주민들을 위협해 논란이 됐다.

표승범 공동주택문화연구소 소장은 "예전에는 공동주택이라고 하더라도 사유재산 성격이 강해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중재하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이제는 이웃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공적 영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지자체가 갈등을 중재할 수 있는 기구를 신설해 전담 인력을 육성하고, 이웃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지역 주택 현황을 보면 약 105만 가구 중 공동주택은 약 92만가구(89%)다. 아파트(65%)가 가장 많았고 다세대주택(22%, 빌라 등), 기타(3.7%, 연립주택·비거주용 등) 등의 순이었다.

/변민철·수습 백효은·수습 이수진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