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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빌라나 연립주택 등은 주민자치관리기구인 관리사무소조차 없어 갈등이 생겼을 때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속앓이 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지역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총 871개 단지였고, 소규모 공동주택인 564개 단지는 의무관리대상에서 빠져 있다. 2022.08.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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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라 등 다세대 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층간소음이나 흡연문제 등으로 이웃과 갈등이 생기면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오래된 빌라나 연립주택, 1~2개 동으로 이뤄진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 등에는 주민자치관리기구인 그 흔한 '관리사무소'조차 없다.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이 생겼을 때 제3자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셈이다. 까딱하다간 사소한 일로 시작된 이웃 갈등이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


'관리사무소'조차 없는 경우도 많아
옆집 등 분쟁 제3자 개입 여지 없어


인천의 한 빌라 1층에 사는 김모(65)씨는 4년 전에 윗집 남성이 이사를 온 뒤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그가 거의 매일 밤마다 술을 마시고 온 동네가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대는 등 소란을 피우기 때문이다. 참다못한 김씨 등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그동안 수십 차례 출동했지만, 이 남성의 횡포는 여전한 상황이다.

심지어 그가 남의 집 앞에 놓인 택배 물품을 훔치는 걸 봤다는 주민도 있다.

김씨는 "윗집 남성이 고성방가하며 난동을 부리고, 도둑질까지 하는데 주민들과 돈을 모아 CCTV라도 설치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하지만 누구도 나설 이가 없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지난 6월 인천의 또 다른 빌라에선 입주민인 50대 남성이 평소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오래전부터 갈등을 빚어온 연배가 비슷한 이웃 남성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빌라 주민들은 '주민자치관리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으나, 두 이웃의 갈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주민자치관리회 대표는 "두 주민이 그런 갈등이 있었는지 몰랐다"면서 "아파트와 달리 빌라는 관리 주체가 없어 이웃 간 갈등이 벌어진 걸 알아도 나서서 중재할 사람이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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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갈등의 원인인 층간소음과 흡연문제 등을 관리사무소를 통해 중재하고 필요 조치를 할 수 있는 '의무관리대상'에서 빌라, 연립주택, 나홀로 아파트 등 소규모 공동주택은 제외된 경우가 많다. 사진은 24일 오후 인천의 한 소규모 공동주택 밀집지역 모습. 2022.8.2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윗집 난동에 사비로 CCTV라도…"
공적기구에 인력·예산 지원 필요성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150가구 이상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등은 '의무관리대상'이다. 의무관리대상은 공동주택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자(관리사무소장)를 두고, 관리사무소 아래 자치 의결기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관리사무소는 주민 간 층간소음과 흡연문제 등을 중재하고,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인천지역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총 871개 단지(약 60만가구)다. 빌라 등 소규모 공동주택인 564개 단지(약 5만8천가구)는 의무관리대상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갈등 중재가 어려운 다세대 주택 등을 위해 공적 영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나마 층간소음에 대해선 인천시가 '층간소음전문컨설팅단'이란 기구를 운영해 이웃 간 갈등을 중재하고 있지만, 흡연과 주차문제 등 다양한 분쟁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공공기관은 없다.

차상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소장은 "서울시와 경기 광명시 등은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층간소음, 주차, 누수, 흡연 등에 의한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전담기관을 도입했다"며 "갈등 중재기구를 설치하고 충분한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민철·수습 백효은·수습 이수진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