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901000743800034601
 

2022081901000743800034602
#인천 중구 북성동에 사는 60대 화교 A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과 딸을 대신해 가정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허리가 굽어 절룩거리면서도 식당에서 설거지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다. 그러나 최근 남편의 가정폭력에 이어 일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아져 A씨는 식당 일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통신요금을 내지 못해 가족의 휴대폰이 모두 끊겼고, 지난 7월부터는 월세도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 지인들이 동 행정복지센터 등을 방문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화교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다"였다.
#인천 중구 선린동에 거주하는 30대 화교 B씨는 간질(뇌전증)을 앓고 있다. B씨는 3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생계를 온전히 홀로 책임지고 있다. 일하며 먹고 살아야 하지만 예고 없이 찾아오는 발작증세 때문에 직장에서 잘리기 부지기수였다.

현재 B씨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폐지를 줍거나 교회 교인들이 제공한 단기 일자리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B씨 역시 구청과 행정복지센터 등을 찾아가 봤지만 기초생활수급자 등록 등 그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다.

A씨와 B씨 소득 수준을 보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돼야 할 정도로 극빈층이다. 하지만 이들이 누릴 수 있는 복지제도는 사실상 전무하다. 한국에서 태어나 평생 이곳을 벗어나 본 적이 없지만,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대만 국적 화교(華僑)이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아동수당 등 제외
거주비자로 장애인 등록도 막혀
 

한국 화교들의 국적은 대만이지만 정작 대만에서는 이들에게 '신분증 번호'(한국의 주민등록번호)도 발급하지 않는다. 대만에 호적이 없고, 국방 등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인도, 대만인도 아닌 한국 화교는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추방을 당하면 갈 곳이 없다. '정치적 고아'인 셈이다.

외국인 신분인 화교는 저소득층에 생계급여와 의료·주거 급여 등을 제공하는 기초생활보장제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아무리 가난해도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아동수당,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역시 해당하지 않는다.

화교 장애인도 차별에 노출돼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로 2012년부터 화교와 같은 영주권자들이 장애인등록법상 장애인 등록 대상에 포함됐지만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 장애인연금 등 다른 법에 근거한 주요 혜택은 받지 못한다. 영주권(F5)을 취득하지 못한 채 거주 목적 비자(F2)만 가진 화교는 장애인 등록도 할 수 없다.

호적 없는 대만 신분증 발급안돼
"최소한의 복지 準 국민대우 원해"
한국 화교들은 "세금을 한국인과 똑같이 내는 만큼 적어도 준(準)국민 대우는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재산세와 주민세, 자동차세 등 일반 세금을 대한민국 국민들과 똑같이 내고 있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복지제도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일홍 한성화교협회 부회장은 "취약계층 화교의 경우 같은 처지에 놓인 한국인과 비교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게 사실"이라며 "한성화교협회 등 일부 협회가 자체적으로 화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협회 여력에 비해 취약계층이 많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화교가 대한민국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노인이나 장애인 등 어려운 여건에 놓인 이들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국민에 준하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3면([가장 오래된 이주민 화교, 이방인 아닌 이웃·(中)] 차별과 혐오 역사 140년)

/한달수·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