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로 전락한 4천억원짜리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는 입지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종도에 계획된 대형 개발사업들이 이용객 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들 사업은 무산됐다. 자기부상철도 기술을 국내외에 확산하려면 '실증연구'가 필요한데, 도심이 아닌 영종도는 이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것이다.
자기부상 방식을 적용한 철도는 다른 경전철과 달리 분진과 소음이 거의 없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속도 등의 측면에서 도심지역 도시철도로 활용하기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개발됐다. 특히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는 점에서 개통 초기 국내외에 확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전망은 빗나갔다. 자기부상철도 건설 입지로 선정될 2009년 당시에는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 일대에서 다양한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었다. 밀라노디자인시티, 에잇시티 등 영종·용유지역에 계획된 대형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자기부상철도 이용 수요가 클 것으로 전망됐다. 관련 사업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기술수출·확산 없고 이용객 적어
'밀라노디자인·에잇시티 등' 좌초
이런 기대가 깨지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1년 밀라노디자인시티가 무산되는 등 줄줄이 사업이 좌초됐다. 자기부상철도 노선 중 '워터파크역'은 이 일대에 국제수상레저단지가 개발될 예정이라서 붙은 이름이지만 개발이 무산돼 공터로 돼 있다.
인천공항을 시작으로 자기부상철도 기술을 국내 각지로 확산한다는 계획도 실패했다. 대전시는 인천공항 자기부상철도를 개발한 한국기계연구원의 기술을 토대로 도입을 계획했다. 하지만 같은 해 시장이 바뀌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새로 취임한 권선택 시장이 트램 방식으로 건설키로 한 것이다. 결국 국내 도심 지역에서 자기부상철도는 운영이 어렵게 됐다.
자기부상철도 개발 목표 중 하나는 기술을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다. 이는 실증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도심이 아닌 영종도 일대에서는 도시에 도입될 경우를 가정한 자기부상철도의 여러 효과나 문제점 등을 실증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았다.
한국기계연구원 한 연구원은 "해외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실증 사례"라며 "결과론이긴 하지만 처음에 도심 지역에 설치됐거나, 대전시 등 국내에 추가로 도입됐다면 해외 수출 실적이 전혀 없는 지금과는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어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에 기술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데, 국내에서도 도입을 계획했다가 취소한 것은 해외 정부나 지방정부에 안 좋은 인식을 남겼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자기부상철도에 매년 60억원 안팎의 운영비를 지출했는데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한 것이다.
4천억 투입… 초기 계획도 실패
코로나 시기 年 60억 운영비 부담
"궤도시설 전환 국토부·市 협의"
이는 인천공항공사가 자기부상철도를 도시철도가 아닌 운영비가 적게 드는 궤도시설(관광열차)로 전환하는 직접적 요인이 됐다. 인천공항공사가 자기부상철도 운영 중단을 처음 언급한 것도 코로나19로 적자가 발생한 2020년이다. → 표 참조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자기부상철도의 궤도시설 전환은 시범노선 도입 이후 자기부상철도 이용객, 운영비용, 국내외 수출 등 다양한 환경 여건 변화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 인천시 등과 협의해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