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구축된 사회보장시스템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빚 독촉을 피하기 위해 본 주소지와 실 거주지가 달랐던 탓에 공공의 손길이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이들이 숨지기 불과 며칠 전인 이달에도 이들의 행방을 찾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비극을 피하지는 못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께 수원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 1층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신병을 비관하는 유서를 남겼다. 지난 10일 이곳에 찾아왔다는 검침원은 거주자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안내문에 '연락 주세요!'라는 문구를 남겼다고 한다.
이들 세 모녀는 이곳의 월세 42만원을 감당하기에도 벅찬 삶을 이어왔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화성 지인 자택에 주소를 두고 있었는데 주소지와 거주지가 달랐던 까닭에 이들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2020년 수원으로 이주한 뒤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숨지기 며칠 전까지 찾으려 시도
건강보험료를 16개월 체납한 이들은 지난달 공공 시스템에 포착됐다. 지난달 19일 복지서비스를 안내하는 우편물이 발송됐고, 지난 3일에는 현장 방문까지 이뤄졌지만, 정작 화성시에 이들은 없었다. → 표 참조
화성시 관할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건강보험료를 16개월 체납해 시에서 통보가 왔었다. 지난달 19일 복지 서비스 안내 우편물을 발송한 뒤 지난 3일 현장에 방문했는데, 집 주인이 실제 세 모녀는 수원으로 이사 갔다고 알려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는 관절이 안 좋았고 두 딸도 지병이 있어 보였다.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는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만난 또 다른 이웃은 "가장도 지병으로 생을 마감한 지 2년 정도 됐다"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비극이 벌어진 수원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한 이웃은 "주변과 전혀 교류가 없던 것으로 보인다. 평소에도 사람을 경계하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행정상 주소지 화성 현장 방문도
6년째 인근에서 마트를 운영한 한 이웃은 "(피해자로 보이는)여자 한 명이 지난해부터 외상 한 두번 쌓더니 한 번 갚고 그 뒤로는 잘 안 나타났다. 액수도 몇 천원밖에 안 됐는데 아마 (외상이)부끄러워서 못 온 것 같다"고 전했다.
세 모녀 가정의 집주인은 "2년 정도 살았던 가족인데 지난 7월에는 병원비 때문에 월세 납부가 밀릴 것 같아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8월 입금일에는 소식이 없고 휴대전화도 꺼져 있었다. 모녀가 까탈스러운 성격인지 인사는 기대하기 힘들고 매번 눈을 피했다"고 회상했다.
이들 가족은 가장이 사업에 실패하며 빚이 쌓였고 세 모녀 모두 지병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60대 어머니는 암 투병 중이었는데 보험금까지 채권자들이 가져갔던 것(8월22일 인터넷 단독보도=[단독] 숨진 채 발견된 수원 세 모녀, 빚 독촉 시달려)으로 전해졌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난적 의료비(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의료비로 가계가 파산하는 걸 막기 위해 지원하는 제도)지급이 검토됐는지 모르겠지만, 피해 가정이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지원이 안 됐다면 왜 안 됐는지 점검해야 한다. 여러 취약계층을 일일이 사례 관리하려면 공무원 수가 부족하다. 지자체에 따라 관련 업무를 보조하는 비정규직이나 계약직을 사용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해 장기적 대안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복지 혜택 대상 알지 못했을수도
이어 "해외 복지국가는 공공이 보장하는 복지 범위가 넓어 병원비처럼 갑작스레 막대한 지출이 생기는 경우가 없다. 한국은 소득기준 등으로 혜택 대상도 스스로 무엇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런 부분을 안내하면서 제도적으로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명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할 예정이다.
/신지영·이시은·수습 김산기자 s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