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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실은 한마디로 'K-탄생문화'라고 정리할 수 있다. 길지에 태를 묻어 아기의 무병장수와 좋은 운명을 바란 장태문화를 실행하고 기록으로 남긴 것은 전 세계에서 조선이 유일하다.

조선왕실이 남긴 태실조성방법과 관리기록,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독창적인 유적과 유물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다. 생명을 존중하는 사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산물이며, 태실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독보적인 전통이자 예술성을 지닌 문화인 것이다.

이와 함께 태실의 중요한 가치는 태어나서 살아가고 죽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공통의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박용만 한국학중앙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열린 '경기도 태봉·태실 학술세미나' 기조강연에서 "조선시대 국왕의 생애를 관통하는 탄생과 죽음과 추숭(追崇)은 왕실의례의 핵심"이라며 "국왕의 생애과정에 대한 인식의 방식은 문화유산을 파악하는 인식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생명존중 생애 관통 '생활사 유산'
명종·인종 태실, 잇단 보물로 지정
경기도·경북·충남 협의체 구성도

박 수석연구원은 "탄생(태실)→죽음(왕릉)→추모(종묘) 세 가지 의미를 관통하는 의례는 역사상 유일하게 조선의 왕실만이 지닌 문화적 상징성이다"라며 "태실은 국왕의 새로운 탄생을 알리는 문화공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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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된 충남 서산의 명종 태실의 모습. /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 제공

 

앞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종묘, 창덕궁, 조선왕릉과 더불어 국왕의 생활사(生活史)를 총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유산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 2018년 충남 서산의 명종태실에 이어 올해 경북 영천의 인종태실이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된 부분은 태실의 이러한 문화재로서의 중요성을 인정받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태실의 설치과정과 내력을 알 수 있는 관련 기록이 비교적 자세하게 남아있고 전체적인 구조가 의궤의 내용과 맞으며, 세부 장식이나 조각 기법이 우수한 점 등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높다는 것이 문화재 지정의 이유였기 때문이다.

김희태 이야기가 있는 역사문화연구소장은 "보물로 지정된 두 태실 모두 원래 태실지에 있으며, 후에 가봉한 석물이 잘 보존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경기도의 경우 성종태실의 석물이 창경궁에 온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원래의 광주 태실지로 옮겨지게 되면 보물급 가치를 가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경상북도, 충청남도가 태실을 알리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3개 광역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 대표 문화재조사기관은 지난 4월 첫 협의회를 개최하고 그동안의 태실조사와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또 세계유산등재 가능성에 대한 검토와 가치 발굴을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하며 이를 널리 확산시키는 데 함께하기로 했다.

심현용 한국태실연구소장은 "3개의 광역자치단체가 함께 전수조사 이후 발굴과 유적 확보를 통해 복원하는 작업까지 계획한다면 태실 연구에도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가봉태실의 경우 왕릉만큼이나 중요한 의미가 있어 일부 훼손이 있더라도 모두가 그 가치를 인정받고 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