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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일산, 천당아래 분당'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편의시설과 휴식공간 등 각종 인프라가 우수했고, 서울과의 인접성도 뛰어났던 1기 신도시 분당과 일산이 아파트 매매가가 3배 차이 나는 등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1기 신도시인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단지. 2022.8.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북부 분도론'이 매 선거마다 등장할 정도로 남·북부의 발전 격차는 경기도의 오랜 숙제다.


성장과 발전의 상징인 신도시마저 예외는 아니다. 1989년 1기 신도시 개발부터 최근 정부가 공언한 신규 택지지구까지 경기도의 발전사는 신도시 조성과 깊이 맞물려 있다. 이에 경기도의 난제는 어김없이 도내 신도시들에서도 표출되고 있고 최근 더 두드러지는 양상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문제가 정국을 흔들고, 정부의 신규 택지 조성 결정 속 4기 신도시 가능성에 다시금 눈길이 쏠리는 가운데 경인일보는 도내 기존 신도시들을 남부와 북부로 나눠 재조명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제시한다. → 그래프 참조·관련기사 3면 ([한강이 가른 신도시·(上)] 정비 추진 논란 '정국 강타')
최근 실거래가 '15억-5억' 대조적
첫 입주뒤 30년, 간격 점점 벌어져

신도시가 경기도 발전의 주축이 된 것은 1989년 1기 신도시 조성부터다. 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 등 1기 신도시 모두 경기도에 소재했다.

이중 분당이 규모가 가장 컸고, 일산이 그 뒤를 이었다. 자연스레 경기 남부에선 '분당', 북부에선 '일산'이 신도시의 상징처럼 자리잡았다. 두 도시 모두 편의시설과 휴식공간 등 각종 인프라가 우수했고, 서울과의 인접성도 뛰어났다. '천하제일 일산, 천당아래 분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시작점은 같았지만 1992년 입주 후 30년이 흐른 지금, 분당과 일산 두 도시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통해 지난 7월 성남 분당구와 고양 일산동구·일산서구에서 거래된 아파트의 매매가격 평균을 비교해보니 분당구는 14억8천105만원, 일산동·서구는 5억1천520만원이었다. 집값이 3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이다.

전용 84㎡만 놓고 비교했을 때도 분당구는 16억5천500만원, 일산동·서구는 5억4천502만원으로 차이가 3배였다. 199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만 비교했을 때는 분당구가 10억8천833만원, 일산동·서구가 6억1천22만원으로 차이가 2배 가까이로 좁혀졌지만 격차는 분명했다.

분당은 강남, 일산은 강북과 접해있었기에 조성 당시에도 그 여파로 집값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1995년 당시 분당의 아파트 가격은 3.3㎡당 551만원, 일산은 453만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84㎡ 기준 분당은 1억4천50만원, 일산은 1억1천551만원 정도였던 셈이다. 그러던 것이 시간이 흐를수록 그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가 공개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현재까지 추이를 살펴보면, 2006년 7월 기준 1억7천111만원 차이가 났던 분당구와 일산동·서구의 아파트 매매 가격 평균이 2010년엔 2억149만원, 2015년엔 2억2천330만원 정도 차이를 보이다가 2020년 5억8천473만원까지 간격이 벌어졌다. 분당구 중 판교지역을 제외하더라도 2015년엔 1억9천50만원, 2020년엔 5억8천66만원 차이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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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과 일산은 1기 신도시로 동시에 출발했지만 아파트 매매가가 3배 차이나는 등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은 28일 오후 1기 신도시인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전경. 2022.8.2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분당, 판교 개발·서울 규제 '급등'
일산, 자족기능 사업 부진속 소외
'일산TV' '1기 재건축' 변화 기대

분당구의 경우 집값이 꾸준히 상승세였던 반면, 일산동·서구는 상대적으로 정체였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10·4 남북공동선언 등으로 평화 무드가 무르익었던 2007년 전후, 경기북부 발전 기대감 등에 일산 집값이 뛰었다.

그러나 그 이후 2010년대에는 이렇다 할 상승 요인이 없었다. 한류월드(K컬처밸리) 조성 등 지역 내 경제 활성화와 자족기능 강화를 위한 사업들 역시 지지부진했다.

반면 분당은 2009년 판교 개발 이후 2012년 기업들이 대거 판교테크노밸리로 입주하면서 전환의 국면을 맞았다. 매년 아파트 매매가격 평균이 1억원 가량씩 오르다, 2020년 정부의 서울 부동산 규제 강화 여파로 폭등했다.

범강남권으로 분류되는 분당 쪽에 수요가 집중된 것이다. 2020년 7월 기준 분당 아파트 매매가격 평균은 10억1천197만원으로, 판교(10억5천430만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산 역시 장기간 표류하던 K컬처밸리가 CJ라이브시티로 조성이 확정되고 GTX-A가 착공하는 등 잇딴 호재에 2020년 당시 모처럼 집값이 치솟았지만 분당에 미치지는 못했다.

강남의 팽창, 그리고 판교로 대표되는 자족기능 강화가 경기 남·북부를 대표하는 두 도시의 상황을 다르게 만든 셈이다. 일산 내부에서도 이 같은 변화에 소외감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일었다.

지난 2020년 총선 전, 당시 김현아 의원은 분당과 일산의 벌어진 집값을 거론하며 "일자리와 교통망이 일산엔 없고, 집만 지어대니 일산의 가치를 올릴 수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다만 일산 역시 경기북부의 판교테크노밸리로 기능할 일산테크노밸리 조성 공사를 올 하반기에 시작하는 등 새로운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1기 신도시 일대를 뒤엎은 재건축 이슈 역시 최대 관건이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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