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기 신도시가 경기도에 조성된 이후, 신도시는 경기도내 도시들의 주축이 됐다. 30여년간 경기도 곳곳에서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지역의 발전을 위해 쉴새 없이 택지 개발이 이뤄졌고, 그렇게 조성된 많은 도시에 '신도시'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래된 신도시는 오래된 도시대로,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신도시는 그 나름의 문제로 꾸준히 진통을 겪었다. 신도시가 소재한 지역에 따라서도 문제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낡은 건물에 한숨짓고 부족한 교통 인프라에 몸살을 앓는가 하면, 또다른 신도시의 출현에 긴장하기도 했다.
이는 번번이 지역을 넘어 경기도 전반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가장 최근엔 준공 30년을 맞은 1기 신도시의 재건축 문제가 정국을 흔들고 있다.
1기 신도시인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부터, 2기 신도시인 위례·판교·운정·동탄·한강·옥정/회천·고덕, 3기 신도시인 왕숙·교산·창릉·대장·광명시흥·의왕군포안산·진안이 경기도에 있다.
이런 가운데 미사·고잔·별내·배곧 등이 틈틈이 조성된 것은 물론 정부뿐 아니라 경기도에서도 광교·다산신도시를 자체적으로 조성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택지개발이 숱하게 이뤄지면서 100만㎡ 이상 택지개발지구를 통상 신도시로 분류하고 있지만, 지역 내에선 신규 택지개발지구를 신도시로 통칭하기도 한다. 이에 도내 시·군중 관내에 신도시가 없는 시·군이 드물 정도다.
시·군 중 관내에 없는 지역 드물어
설문서 '정비 필요' 응답 80% 넘겨
여기에 신규 택지개발 계획을 밝힌 윤석열 정부가 오는 10월부터 대상지를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경기도와 지정 문제를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도내에 4기 신도시가 조성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도내 곳곳에 신도시가 빼곡히 들어선 와중에도, 지역별 편차가 있다. 1~3기 신도시만 하더라도 경기 북부보다는 남부에 더 많이 조성돼왔다. 1기 신도시 중 북부에 위치한 신도시는 일산이 유일하다. 2기 신도시 역시 운정, 옥정/회천이 각각 경기 북서부와 북동부에 들어선데 이어 남양주 쪽에도 별내, 다산이 잇따라 조성됐지만 위례, 동탄, 한강, 광교 등 상당수는 한강 이남에 소재한다.
3기 신도시도 왕숙, 창릉은 경기 북부의 동·서쪽에 각각 위치하지만 역시 다수는 남부에 조성이 계획되는 등 사정은 다르지 않다. → 표 참조
오랜 기간 큰 호재 없이 집값과 지역 발전이 상대적으로 주춤했던 일산, 산본, 중동 등은 물론 분당까지 1기 신도시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열망이 컸다.
경기연구원이 지난 5월 발표한 '경기도민은 새로운 1기 신도시를 기대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5개 도시 모두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0%를 넘겼다. 이중 중동이 88.6%로 가장 높았고, 산본(86.7%), 일산(84.1%), 평촌(83.8%), 분당(80.4%) 순이었다.
'마스터플랜 수립 2024년 명시' 반발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일산은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 2월 274건에서 3월 538건으로, 분당은 108건에서 258건으로 모두 2배 가량 늘어났다.
그러다 지난 16일 정부가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1기 신도시의 마스터 플랜 수립 시기를 2024년으로 명시하자, 1기 신도시 곳곳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주택과 도시는 점점 노후화되고 인근 지역에는 새로운 신도시들이 들어서며 상대적으로 도시 경쟁력이 더 후퇴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1기 신도시에서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 주도의 재정비가 재도약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지만 이번 발표에서 기대보다 늦어질 조짐을 보이자 폭발한 것이다. 대통령까지 앞장서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