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공동체
인천 동구 화수동의 '화수정원마을' 주민들은 '화수정원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일원으로 살기 좋은 마을을 가꿔나가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동네 화단들도 주민들이 손수 운영하고 있다. 2022.8.29 /화수정원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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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했던 마을이 변화한 게 체감됩니다."

29일 오전 인천의 대표 구도심인 동구 화수동 '화수정원마을'을 찾았다. 마을 이름에서 보듯 동네 곳곳에는 주민들이 함께 가꾼 화단이 있다. 주민 400여 명이 옹기종기 사는 이 마을에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나서 화단을 관리하고 있다.

화수정원마을은 지은 지 20년 이상 된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곳에는 '화수정원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하 협동조합)이라는 단체가 있다. 마을 사정에 훤한 주민들이 마을을 관리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머리를 맞대는 일종의 '마을 공동체' 조직이다. 화단도 협동조합 활동의 결과물이다.
동구 '화수정원마을' 협동조합 조직
주민 25%가 '활동가'로 갈등 예방

마을 주민의 약 25%인 100여 명은 이른바 '마을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평소 이웃들과 만나 대화하며 동네의 크고 작은 민원이나 마을 가꾸기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공영주차장을 관리하며 주차로 인한 이웃 간 갈등을 예방하는 활동도 한다.

주민이자 마을 활동가인 김덕근(64)씨는 "주민 간 얼굴을 볼 일이 많아지고 소통이 늘면서 마을에 무단 투기되는 쓰레기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노상 방뇨나 소음 문제도 줄었다"며 "마을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게 확실히 체감된다"고 말했다.

마을공동체
인천 동구 화수동의 '화수정원마을' 주민들은 '화수정원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일원으로 살기 좋은 마을을 가꿔나가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동네 화단들도 주민들이 손수 운영하고 있다. 2022.8.29 /화수정원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이 마을도 불과 몇 년 전까지 쓰레기, 주차, 소음 등으로 불거지는 이웃 갈등 문제를 겪었다고 한다. 지난해 봄, 마을에 새로 조성되는 공원에 놓을 정자의 위치를 두고 주민들 간 얼굴을 붉히는 일이 생겼다.

공원은 여러 빌라와 주택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한가운데 만들어질 예정이었다. 주민들은 그곳에 설치할 정자에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자칫 소음으로 돌아올까 우려해 자신의 집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 지어지길 원했다고 한다.

이때 갈등을 중재한 것이 바로 마을 활동가들이었다. 이들은 주민들이 모여 툭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수차례 마련하고 이견을 조율해 정자가 놓일 최적의 위치를 찾아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현재 이 정자는 마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종석(58) 협동조합 이사장은 "이제는 주민들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동 화단에 물을 주고, 거리의 쓰레기를 치운다"며 "눈이 오면 마을의 눈을 쓸고, 어려움이 있을 때 서로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고 자랑했다.

"소통 늘면서 무단 투기 등 줄어"
정부도 설립지원… 인천에만 7곳

국토교통부는 2018년부터 도시재생 뉴딜사업 일환으로 구도심 마을 등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전국 108개 마을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인천에는 서구 석남동과 계양구 효성동 등 7곳에 있다.

이와는 별도로 인천시는 2013년부터 '마을공동체 만들기' 정책을 펴고 있다.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국한돼 있다는 점에서 지역마다 특화한 마을 공동체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제공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이 있다. 주민들이 공방에서 공예품 등을 함께 만들며 대화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 사업도 있다.

인천시 민관협력과 관계자는 "올해에는 주민이 마을 운영에 대해 의견 등을 제시하는 '마을 공론장'도 마련했다"며 "다양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예산을 늘리고 주민들과도 많이 소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