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8)씨는 2018년부터 화성 동탄2신도시에 살고 있다. 입주 당시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아파트 인근에 각종 상가와 병원, 여가시설이 빠르게 들어서면서 지금은 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 겪는 교통관련 스트레스도 덜한 편이다. 가산디지털단지로 출퇴근하는데, 서동탄역에서 지하철을 타면 환승없이 1시간10분이면 회사에 도착한다. 김씨의 아파트(84㎡) 가격도 3년여 만에 5억원 가까이 올라 현재 10억원에 육박했다.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모(34)씨는 2018년 결혼한 후 파주 운정신도시에 신혼집을 마련했다. 남편 직장은 서울이고, 백씨 직장은 인천이라 중간 지점이면서 아파트가 신축인 이곳을 택한 것이다.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지하철역이 있지만 인천으로는 가지 않아 버스만 이용하고 있다. 그나마 버스 배차간격이 길지 않아 큰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다.
각종 상가, 여가시설도 제법 들어섰지만 병원 등 의료시설이 부족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대학병원을 가려면 일산까지 차로 20분 정도를 가야 한다. 백씨의 아파트(84㎡) 가격은 입주 당시 4억5천만원이었지만 최근엔 6억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김씨와 백씨 모두 비슷한 시기에 동탄과 운정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4억~5억원 정도였던 당시 집값이 두곳 모두 올랐지만 오름 폭엔 다소 차이가 있다.
84㎡ 기준 아파트와 위치마다 금액이 다소 상이하지만 동탄의 경우 현재 8억원 중후반대 시세를 이루고 있고, 운정은 6억원 중후반에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3년여 만에 2억원의 시세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동일하게 '신도시'로 분류되는 도시임에도 저마다 사정이 다른 데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교육, 의료 등 삶의 질과 밀접한 인프라들이 그중 하나다.
지난 2017년에 마지막으로 시행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데이터를 보면 상위권 중학교는 대부분 경기 남부 신도시에 몰려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이 학교알리미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상위 50위 순위 중 성남 분당구에만 13개 학교가 위치했다. 이외에도 평촌신도시 5곳, 광교신도시 3곳 등 대부분 경기 남부 신도시에 집중돼있다.
분당·광교·동탄 아파트 '고가 유지'
'대학병원 유치' 요인도 무시 못해
서울 강남이 그렇듯, 학군의 우수성은 해당 신도시의 아파트 가격을 견고하게 만든다. 경기도 전체 2위를 차지한 성남 수내중학교 인근 푸른마을 신성아파트는 1992년 준공돼 올해 30년이 됐지만 84㎡ 기준 15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해에 준공된 푸른벽산아파트, 1994년에 준공된 샛별마을 우방아파트도 수년째 14억원 수준을 지키고 있다.
동탄2신도시에 거주하는 김씨도 올해 말 태어나는 아기를 위해 학군이 더 좋은 분당이나 광교 등으로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김씨는 "일반적으로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친목이 형성되는 만큼 2~3년 후에는 금전적인 부담이 크지만 학군 좋은 분당 또는 광교 등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등 의료 인프라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경기 북부에 위치한 신도시 중 지역 내에 대학병원이 있는 곳은 일산이 유일하다. 반면 분당, 평촌, 광교, 동탄 등 경기 남부지역 소재 주요 신도시에는 대학병원이 있다. 왕숙 등 새로 조성되는 신도시에서 대학병원 유치에 주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수의 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추지 못하거나 교육·의료 인프라가 충분치 않기에, 서울 등 다른 도시와의 연결성 문제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GTX 등 새로운 교통 인프라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큰 호재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신도시 위치를 막론하고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최필성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 박사와 현동우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교수가 연구한 '수도권 신도시 내 도시철도 개통에 따른 주택가격 변화(2022)' 논문에 따르면 "신분당선 개통은 도보거리 기준 전철역으로부터 600m 이내에서 최대 13%의 가격 상승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통 효과는 2년 이후 뚜렷하게 나타났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가격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도 신분당선 강남~신사 연장선이 개통하자, 부동산 경기 침체와 거래 절벽 속에서도 광교 대장주로 불리는 광교중흥S클래스 가격은 지난해 대비 2천만원이 올랐다.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