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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그리고 4기 신도시는
무엇보다 자족성이 우선돼야 합니다

1989년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이후, 경기도 곳곳엔 쉴새 없이 신도시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신도시마다 발전 속도는 제각각이었다. 경기도의 오랜 난제인 남·북부의 격차 문제가 각각의 신도시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기도 했다. 경기 남부보다는 북부에 각종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가운데, 신도시 역시 교통은 물론 경제·교육·의료 인프라 등이 도시의 경쟁력을 가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조성될 신도시는 도시가 스스로 기능할 수 있는 '자급자족'의 철학을 담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국을 흔들고 있는 1기 신도시 재정비에 대해서도 10년 뒤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실상 마지막 신도시가 될 3·4기 신도시… "자급자족 철학 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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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하남 교산지구 전경. /경인일보DB

경제·교육·의료 인프라 등이 기존 신도시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이 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조성이 확정된 3기 신도시와 앞으로 발표될 신규 택지(4기 신도시)의 경우 무엇보다 '자족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4기 신도시가 사실상 마지막 대규모 신도시 공급이 될 수 있다는 전망과 더불어 1·2기 신도시를 조성할 때와는 다른 패러다임으로 앞으로의 신도시를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서원석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의 신도시 계획은 서울의 과밀화 해소가 주요 목적이었기 때문에 '베드타운'이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며 "3·4기 신도시 모두 개별 도시로서, 도시 내에서 거주하고 일하고 소비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다행히 2기 신도시 이후부터는 공공성과 더불어 자족성 강화 전략으로 신도시 조성이 추진돼 지역 내 산업기반이 비교적 갖춰져 있다"며 "자족성 강화를 위한 지역 내 일자리 확보가 신도시의 성공과 베드타운화의 방지를 막기 위한 핵심"이라고 했다. 

10년뒤 인구감소 고려 후 계획해야
서울 의존 탈피 직주근접 구조 요구

홍경구 단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인구통계만 봐도 10년 단위로 생산가능인구가 400만명씩 줄어든다. 다시 말해 10년 뒤 대구·광주광역시가, 또 10년 뒤엔 부산광역시와 김해시가 사라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 추세를 고려해 신도시 계획을 구상해야 한다는 얘기다.

홍 교수는 "3·4기 신도시는 사실상 마지막 대규모 신도시 공급계획"이라며 "(그가 설계에 참여했던) 판교·동탄1신도시를 조성할 때는 집을 지으면 팔리는 성장시대였다. 그러나 이젠 감소시대인 점을 고려해 1·2기 신도시 때의 성장 중심 패러다임을 뒤로 해야 할 때"라고 했다.

"2040년대를 염두에 두고 도시계획을 구상해야 한다. 서울 의존 도시에서 벗어나 자족성이 강화된 직주근접 도시공간 구조가 요구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1기 신도시 재건축 "10년 뒤 도시 상황 염두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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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분당, 안양 평촌, 군포 산본, 고양 일산, 부천 중동 등 1기 신도시가 노후화되며 도시 재생 요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안양 평촌 1기 신도시의 모습. /경인일보DB

준공 30년을 맞은 1기 신도시의 재정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른 것도 도시 경쟁력 문제와 무관치 않다. 상대적으로 발전 요인이 부족했던 1기 신도시 지역에 큰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으로 도시 전체의 발전상을 염두에 두고 재정비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홍 교수는 "19.6㎢(600만평)인 분당신도시, 15.7㎢(400만평)인 일산신도시 등 1기 신도시는 그 자체로 거대한 공간이다. 재건축으로만 도시 공간을 개선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지금 시점에선 주거개선 목적이 강하겠지만, 재건축시 준공 시점인 2030년대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스마트시티 기술을 도시의 환경·문화·교통 등에 접목해야 하는데, 단위 건축물의 개선만 보고 접근하는 건 근시안적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비가 낡고 주차장과 편의시설이 부족해, 단지별로 밀도를 높여 개선하는 건 의미가 있다"면서도 "전체적인 도시공간을 보면서 신중하게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기 신도시는 그래도 자생 구조 갖춰
용적률 상향, 기반시설 물갈이 불가피
서 교수도 "정부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평했다.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현재 안정을 찾아가는 주택시장을 흔드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베드타운이던 1기 신도시는 30년간 점진적으로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그래도 자생 구조를 갖췄다"며 "도시 내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 그 도시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그에따라 주택·부동산 가격은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은 주택이 낡았기 때문에 재정비·정비사업을 통한 새집을 원하는데, 안그래도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새집이 들어서면 그 선호현상이 더 뚜렷해질 것"이라며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은 새로운 도시를 대규모로 개발하는 것과 다름없어 이는 곧 주변 지역에 대한 개발 압력을 부추길 것이다. 정부 입장에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발을 서두를 수 없게 된다"고 부연했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용적률 상향은 기반시설 용량도 그만큼 늘려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도시를 다시 만드는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용적률을 늘리면 30만세대가 40~50만세대까지 증가하는 만큼, 30년 전 도입한 기반시설 물갈이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세대가 늘어나면 전기·상하수도와 같은 기반 시설 용량을 전체적으로 늘려야 한다"며 "택지를 개발할 때는 기본 인프라부터 기준인구에 맞추는데, 30년 전 기준으로 만들어진 용량으로는 추후 늘어나는 세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기에 도시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이 없으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의도대로 진행하기 어려운데, (대통령 공약인) 특별법은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다음 총선 이후에나 제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속도감 있게 재정비를 진행하려면 기존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별로 진행하던 민간 리모델링이 더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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