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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형 주민밀착형 복지서비스인 '경기행복마을관리소'가 복지사각지대 발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31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경기행복마을관리소 마을지킴이들이 취약계층 도움 활동을 하고 있다. 2022.8.31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지난 2016년 전국 읍면동에 생겨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심화하는 도시화로 사라져 가는 지역 공동체를 살리고자 만들어진 마을 만들기 사업,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해 지정하는 명예사회복지공무원 등. 모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가정을 발굴하거나, 이를 위한 지역 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정부·지자체가 마련한 장치들이다.

이처럼 다양한 장치들에도 불구하고 '수원 세 모녀'(8월23일자 7면 보도=막을 기회 있었기에 더 안타까운 '수원 세모녀' 비극)는 결국 아무런 복지서비스는 물론 이웃의 도움도 받지 않은 채 지난 21일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물론 이들 세 모녀는 빚 독촉에 따른 극심한 트라우마로 사회복지 제도권에서 '자발적 배제'되는 선택을 했지만, 이 같은 위기가정을 이끌어내 지원 체계와 연결했어야 할 여러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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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경기행복마을관리소 모습. 2022.8.31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또 다른 '세 모녀' 막으라면서… "운영비 상당 부분 각출"
"위원 활동하려고 자발적으로 나서는 사람, 사실 단 한 명도 없습니다." 6년 전부터 수원의 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A씨에게 이번 수원 세 모녀 사건을 지켜보며 느낀 심정을 묻자 이처럼 말했다.

A씨는 "기본적인 운영비조차 지원 못 받다 보니, 위원들이 매월 회비를 걷는 것은 물론 급히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한 비용이 필요할 때 갹출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호소했다.

운영비 지급도 없이 협의체 가동
정부·지자체 위기가정 발굴 한계
 


20여 명 내외의 일반 주민 위원으로 구성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하 협의체)는 송파 세 모녀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 2016년부터 전국 읍면동에서 운영되고 있다. 다양한 지역 소규모 사업을 통해 사각지대의 위기가정을 발굴해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알리는 역할 등을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재정 지원에 적극적인 활동이 어렵다.

A씨의 협의체가 받는 지원은 매월 회의 참여비 1인당 1만원(시군마다 상이)과 회의 후 식사에 한한 8천원의 식대가 전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모금회)에 맡겨 둔 협의체별 모금계좌 기금을 쓸 수 있지만 추진 사업마다 모금회 심사를 거쳐야 해 제약이 따르고 협의체마다 기금 규모도 천차만별이다.

이번 수원 세 모녀 사건을 계기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추진을 확대하겠다고 한 명예사회복지공무원 제도와 지난 10년여 사이 경기도 내 시군 지자체에 확산한 마을 만들기 사업 역시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지역 공동체 활성화 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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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형 주민밀착형 복지서비스인 '경기행복마을관리소'가 복지사각지대 발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2022.8.31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민간 중심 지역 공동체 활성화"… 행복마을관리소도 대안
충분한 예산과 인력 지원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기존 단체들의 활동을 효율화하고, 지역 공동체 등 민간 영역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주민들의 '무료 봉사'에만 기대지 않고 정식으로 고용되는 직원들이 운영하는 '행복마을관리소'와 같은 기구의 역할을 넓히는 방안도 있다.

경기도 내 시군 곳곳에 마련된 행복마을관리소는 정식 고용된 직원 각 10명으로 구성된 관리소를 원도심 등 복지수요가 높은 지역에 설치해 주민 복지를 증진하는 제도다. 도내에 총 95개소가 운영 중이며 900여 명에 달하는 '지킴이' 직원들이 활동한다. 이들에겐 월 200여만원 수준의 급여가 지급된다.

'경기행복마을관리소' 대안 제시
지킴이 정식 고용해 활성화해야
 


이와 관련 현재 여성안심귀가, 안전 순찰 등 '지역 치안'으로 한정된 활동 범위를 위기가정 발굴까지 넓힐 경우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각 관리소는 일정 급여를 받는 직원들의 활동으로 적극성이 높은 건 물론, 택배 보관·방역 물품 지원·홀몸노인 돌봄 등 주민들과 직접 대면해 제공하는 공공서비스까지 이어가 상대적으로 연락이 두절 되거나 은둔해 있는 위기가정을 파악하는 데도 수월할 수 있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원 세 모녀의 사례처럼 사각지대로 숨은 위기가구를 발굴하고, 지원하려면 지역공동체와 같은 민간영역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지역공동체가 활발하게 움직이려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이들의 활동을 충분하게 뒷받침해야 하고, 이는 충분한 예산과 인력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준석·배재흥·고건기자 joons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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