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쌀시장은 유독 어렵다. 쌀농사는 풍년인데 소비는 갈수록 줄어서다. 햅쌀이 나오는 시점에도 지난해 쌀 재고가 쌓여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에 지역농협의 손실이 커진 와중에 비료·농약가격은 올라 각 농가의 지출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내년(3월8일)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180여일 앞두고 경기도 벼농가와 지역농협간 쌀수매 가격 결정을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예고된다.
햅쌀 수매 가격을 정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상황에서 커진 지출에 가격을 올려받아야 하는 '농가'와 쌀값 하락세에 원래대로라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지역농협'의 한숨이 동시에 깊어져서다.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무작정 손실을 떠안을 수도, 수매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지역농협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산지 기준 20㎏당 4만1836원
쌀은 각 농가에서 수확하면 대체로 지역농협이 이를 사들인 후 시장에 판매하는 구조다. 지난해 경기도의 쌀 수매 가격은 40㎏ 기준 7만원대에 형성됐다. 다른 지역보다 비싼 편이다. 그런데 지난달 25일 기준 산지 쌀 가격은 20㎏ 기준 4만1천836원이었다. 지난해 대비 20% 이상 폭락했다.
경기도 각 지역농협의 경우 단순 계산하면 농가에서 7만원대에 사들인 벼를 도정해 포장한 후 8만원대에 판매해야 하는 셈인데, 중간 생산 비용과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다. 그리고 손실은 쌀값이 하락할수록 커지고 있다.
농민들은 농민대로 한숨이 깊다. 지난달 25일 발간된 산업연구원의 '우리나라 인플레이션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비료·농약의 수입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1.4% 올랐다. 일선 농가에서 벼 재배에 투입한 비용도 이에 따라 상승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역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농가 소득 안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던 가운데, 해당 집회에 참여했다는 한 농민은 SNS를 통해 "농사에 필요한 모든 소모품 가격이 지난해 대비 50% 이상 폭등했다. 벼농사도 그렇지만, 재배 시설을 이용해 채소 등을 기르는 농민들은 시설 증축 등에 들어간 비용 때문에 사정이 더 심각하다. 대출 금리까지 올라서 부담이 더 심하다"고 토로했다.
먼저 값 정하면 '기준선' 될 가능성 커
쌀 수매 가격을 낮춰야 하는 상황임에도 농민들의 높아진 비용 부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지역농협들은 수매 가격을 정하지 못한 채 눈치싸움 중이다. 먼저 수매 가격을 정한 곳이 '기준선'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다들 최대한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라며 "경기도는 쌀이 지역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지역을 막론하고 조합장선거 전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산림조합의 경우 탄소중립 등이 시대적 화두가 되면서 각종 임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적지 않은 점이 현안이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목재 수확 등은 물론 작업 도중 임업인이 잠시 쉴 수 있는 쉼터나 화장실을 만드는 데도 제약이 있는 경우가 상당하다. 각 지자체마다 상황이 제각각이어서,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하고 지역 임업인들의 소득을 증진시키는 방안을 다각도로 제시하는 게 각 지역 산림조합들의 과제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