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이라도 덜 외로웠으면 좋겠어요.
빚 독촉을 피해 사회와 단절된 생활을 하다 쓸쓸히 숨진 '수원 세 모녀'가 먼저 고인이 된 아들(오빠) 곁에 잠들었다. 생전 돈독한 사이였음에도 집안 사정 탓에 함께 살지 못했던 이들은 세상을 떠난 뒤에야 비로소 같은 공간에 머물 수 있게 됐다.
수원시연화장 봉안시설에 안치됐던 수원 세 모녀의 유골이 20일 오후 화성시추모공원으로 옮겨졌다. 화성시추모공원은 지난 2020년 4월 사망한 세 모녀의 아들이 안치된 장소다.
市추모공원으로 유골 이전 안치
정명근 시장 "비극 되풀이 안돼"
지난달 21일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의 장례는 '공영장례' 방식으로 수원시가 대신 치렀다. 이들의 유골은 수원시연화장 봉안시설에 모셔졌다.
남편(아버지)의 사업부도 전, 세 모녀 가정이 살던 화성시 배양동 주민들은 이후 수원시와 화성시에 세 모녀의 유골을 아들의 유골이 안치된 화성시추모공원으로 이전해 달라고 건의했다.
세 모녀 가정 지인들의 이 같은 요청을 접수한 두 지자체는 세 모녀의 생전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화성시였던 점 등을 고려해 유골을 옮기기로 합의했고, 이날 화성시추모공원에서 안치식을 진행했다. 장의 차량을 통해 이전된 세 모녀의 유골은 오후 3시께 화성시추모공원 2층 봉안당에 안치됐다.
아들의 유골과 나란히 놓이진 못했지만, 이 모습을 지켜 본 지인들은 "사업 부도 이후 생계를 위해 고생을 많이 한 아들이 이제 덜 외로워할 거 같다"고 덤덤히 말했다.
세 모녀 가정의 지인들과 정명근 화성시장을 비롯한 공무원 등 10여명은 유골을 안치한 이후 추모공원 1층 국화실에서 세 모녀를 추모하는 제사를 지냈다. 정명근 시장은 "세 모녀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행정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