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는 보유자와 가르치는 전승교육사(옛 전승교육조교), 이수자, 전수자 등으로 구분하며 이들 모두를 전승자로 통칭한다.

존재 자체가 문화재이기 때문에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지만, 예우는 썩 좋지 않다. 국가 무형문화재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전승지원금을 받는데, 보유자라고 하더라도 월 150만원으로 최저임금(2022년 기준 191만4천44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보유자와 함께 교육을 담당하는 전승교육사에게 지급되는 전승지원금은 보유자의 절반인 75만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이수자와 전수자에 대한 지원금은 전무하다. 우리 전통문화를 지켜내려고 10년 이상 한 분야에 매진하는 무형문화재 전승자들이 '각자도생'에 놓여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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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평택시 팽성읍 평택농악전수회관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농악 체험 프로그램 '농악아 놀자'가 진행되고 있다. 2022.9.1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명인 연습시간 검사하는 지자체
평택농악보존회는 총 4명의 국가 무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고령에 노환으로 3명이 세상을 떠나면서 단 1명만 남았다. 전승교육사인 조한숙 평택농악보존회장은 중학교 1학년이던 14살 때 한국무용학원에 다니다 평택농악 무형문화재인 고 이돌천을 만나 상쇠 무형문화재 고 최은창에게 배웠다.

조 회장의 한국 나이는 62세로 반세기 가까이 농악을 한 그이지만, 무형문화재 지정은 기약 없다. 
반세기 농악 매진 전승교육사에도
평택시 시행규칙에 숙달시간 정해

평생 농악만 한 그에게 평택시는 쉬지 말고 연습하라고 조례로 정했다. 평택시 무형문화재 보존 및 지원 조례 시행규칙 15조(전승지원금 대상자의 연습)를 보면 전승지원금 대상자는 가급회원(상임)은 주 5회 이상 회당 4시간 이상, 나급회원(비상임)은 주 2회 이상 회당 4시간 이상 등 계획된 곳에서 연습하고 숙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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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평택시 팽성읍 평택농악전수회관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농악 체험 프로그램 '농악아 놀자'가 진행되고 있다. 2022.9.14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BTS는 되고 무형문화재 전승자는 안된다
연습활동 날짜가 공연 일정과 겹치면 공연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제출한 활동 계획이 변경되거나 취소될 경우 사전에 지자체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조례 시행규칙에 대해 평택농악보존회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원섭 평택농악보존회 사무국장은 "보존회장뿐 아니라 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되지 않은 70대 원로들도 상임, 비상임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계신다"며 "그들 자체가 평생 농악 명인으로 살아왔는데, 연습시간을 정해놓고 이행하지 않으면 전승지원금을 주지 않겠다는 조례는 말 그대로 어불성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평택농악은 전국뿐 아니라 해외에도 다니면서 평택, 경기도를 넘어 대한민국을 알려왔다. 공연을 하는 회원과 연습을 해야 하는 회원이 다를 때도 있는데, 시의 지원 조례가 보존회를 옥죈다"며 "방탄소년단(BTS)도 해외에서 대한민국을 알렸다는 이유로 인정을 받는데, 국악은 무형문화재인데도 홀대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평생 해왔는데 되레 옥죈다" 지적
市 "문화재청 제도 틈메우기" 해명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보유자와 전승교육사에게만 전승지원금을 지급하는 문화재청 제도의 틈을 메우기 위해 이수자와 전수자에게도 일정 연습시간을 채우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라며 "코로나19로 연습을 하기 어려운 시기엔 비대면으로 대체하도록 안내했다"고 해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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