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찾은 일본 사가현 다케오 도서관. 한국인에게 익숙한 후쿠오카에서 가까운 다케오시는 노인 인구가 많은 한적한 시골 동네지만, 유독 도서관 앞은 여느 관광지처럼 흥성거림으로 가득했다. 특히나 다케오 도서관 1층에 들어서자마자 방문객을 맞는 스타벅스가 이런 느낌을 더하게 했다.
방문객이 줄을 선 스타벅스 옆으로 서재를 빼곡히 채운 20만권의 책이 보였다. 다케오 도서관은 책을 대여하고 자료를 보관하는 여타 도서관과 다르게 카페·서점이 공존한다.
도서관 서가 옆 1층 서점에서는 신간 서적과 잡지, 문구류 등을 판매하고 있었고, 책을 읽지 않고 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도 여럿 보였다. 평일 오후, 태풍까지 온 날씨였음에도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아이의 손을 잡고 온 가족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이들이 도서관을 찾았다.

다케오 도서관이 처음부터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건 아니다. 지난 2000년 개관한 다케오 도서관은 지역주민 몇몇만 찾던 '존재감 없는' 소도시의 도서관 중 하나였다. 이용자 수를 늘리려 휴관일도 줄여봤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미조카미 마사카츠 다케오 시립도서관장은 "매력이 없으니 휴관일을 줄이는 등 단순한 노력을 해도 관광객이 늘지 않았다"며 "특히 이용자 중에 젊은 층이 거의 없었는데, 이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매력 있는 곳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다케오시는 지난 2013년 일본 최대의 프랜차이즈 서점 '츠타야'를 운영하는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에 운영을 위탁했다. 국내에서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라는 단행본을 통해 소개된 CCC의 운영 노하우는 다케오 도서관 곳곳에 스며들었다.
CCC 사장 겸 최고 경영자인 마스다 무네야키는 책을 파는 서점을 도서·음반을 제공하고 생활 양식을 제안하는 종합 라이프스타일숍으로 변화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흔히 젊은 세대에서 거론되는 '감성'을 서점에 입혀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CCC는 츠타야 서점처럼 다케오 도서관에 개방형 서가를 늘리고 서점, 카페 등을 입점시켰다. 운영 시간도 기존 오후 6시에서 9시까지 연장하고, 언제든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365일 내내 개방했다.
조용히 책만 읽어야 했던 기존의 도서관에서 벗어나, '언제든지 이용 가능한,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10진분류 아닌 생활밀접 22종 채택
2013년 재개관 이후 다케오 도서관의 이용객은 25만명에서 100만명으로 무려 4배가 늘었다. 이용객들이 도서관에 머무르는 시간도 덩달아 증가했다. 2013년 이전에는 도서관에 30분~1시간가량 머무르는 이용객들이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2~3시간 이상 머무르는 이용객들이 가장 많아졌다.

미조카미 마사카츠 관장은 "원래 도서관 안에는 상업 시설이 있으면 안 되지만, 꼭 책을 읽지 않더라도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마을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서관을 중심으로 변화를 시작했다. 어떻게든 사람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케오 도서관은 이용자들에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있다. 다케오 도서관은 10진 분류법을 택한 다른 도서관과 달리, 생활 밀접한 22종 분류법을 채택했다. 가령 기존 도서관에서 유럽에 대한 자료를 찾을 때면 문화 코너에서 유럽 문화를, 음식코너에서 유럽 음식을, 여행 코너에서 유럽 관련 가이드책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다케오 도서관에선 한 코너에서 유럽의 문화·음식·여행 관련 서적, DVD, 음반까지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다. 미조카미 마사카츠 관장은 "이용객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서관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프스타일 제안·커뮤니티 역할도
관장 "지역민 삶에 활기 불어넣어"
다케오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늘 열려있는 공간이다. 바리스타 강좌·영화 상영 등 연간 1천500여 개의 이벤트를 진행하며 '지역 거점 커뮤니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활용법을 강의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음식문화 교육·컴퓨터프로그램 강좌를 진행한다. 음악회·영화 상영회를 열 때도 있다.
특히 다케오 도서관은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찾도록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들을 진행하고, 지난 2017년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기도 했다. 시민들은 홀로, 혹은 아이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모여 서로 교류하고 삶의 기반을 다진다.
미조카미 마사카츠 관장은 다케오 도서관의 존재가 지역민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며, 다케오 도서관이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외부에서 다케오로 이주해오는 사람들에게 왜 이주를 결심했냐고 물으면, 꼭 나오는 답 중 하나가 이 도서관입니다. 앞으로도 도서관이 지역민들에 삶의 활기를 불어넣고, 목표를 향해 열심히 나아가도록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랍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