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278개였던 경기도 공공도서관 수는 2021년 299개로 21개가 늘었다. 같은 기간 데이터센터를 짓고자 전력사용예정통지가 접수된 건수는 2배가 넘는 55건에 달했다. 55건은 경기 남부만을 기준으로 한 통계다. 신설 도서관 수를 웃도는 데이터센터 수요는 도서관의 미래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활자문화에서 디지털문화로 전환되며 장서를 보관하는 도서관이 과연 미래에도 생존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도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도서관들이 자신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한 이들 도서관의 공통점은 바로 지역 특화 도서관이라는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도서관은 해일처럼 몰려드는 디지털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지만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지역문화를 바탕으로 성장·변화한 유일무이한 지역 도서관은 그 자체로 새로운 문화 중심이 됐다.
닫힌 도서관에서 무한한 공간으로 발전한 일본의 '다케오 도서관'을 비롯해 미각을 다룬 통영, 예술과 접목한 안양, 출판문화에 근본을 둔 파주, 치매라는 시대적 과제와 마주한 용인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5개 도서관이 말하는 5인5색 지역특화도서관을 통해 도서관의 미래를 제시한다.
전승수단 디지털로 패러다임 전환
2004년 70개에 불과하던 경기도 공공도서관은 2021년 기준 299개로 증가했다. 14만9천470명에 달했던 1관당 인구수는 지난해 4만5천369명으로 3분의 1로 줄었다. 채 20년이 되지 않는 기간동안 공공도서관의 양적 발전은 눈부셨다.
그런데도 도서관의 미래를 논할 수밖에 없는 건, 활자문화에 기반한 도서관이 늘어나는 사이 디지털 문화로의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오는 2024년을 목표로 경기도에 지어질 거대 데이터 센터만 13개다. 그 중엔 10만개 이상 서버를 구축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도 있다.
2018년 기준 인류가 생산한 데이터 총합은 33ZB(제타바이트)인데 2025년이 오면 175ZB까지 5배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1ZB는 1조1천억 기가바이트(GB)를 뜻한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데이터가 디지털 세계에 유통되며 도서관의 중요성 만큼이나 데이터센터가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지역특화 5곳 통해 가능성 살펴봐
지금까지 인류 문명이 활자로 적힌 도서로 전승됐고 도서관이 문명의 핵심이었다면, 이제 데이터가 전승 수단이 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도서관의 미래를 논해야 하는 이유는 도서관 속에 지역 커뮤니티를 복원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 사가현의 다케오시는 고령화율이 일본 평균을 웃도는 데다 온천을 제외하곤 좀처럼 관광객이 찾지 않았지만, 지난 2013년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도서관을 매개로 지방소멸 위기를 겪던 소도시는 연 100만명이 찾는 관광도시가 됐다. 다케오 도서관은 '도서관은 조용히 책을 읽어야 하는 곳'이란 고정관념을 깼다. → 관련기사 3면([지역에서 찾는 도서관의 미래·(1)] 일본 사가현 '다케오 도서관')
/신지영·이시은·이자현기자 sjy@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