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남도 통영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미식 여행지다. 제철 해산물, 꿀빵, 충무김밥 등 '통영'하면 떠오르는 음식만 해도 여러 개다. 이런 음식문화의 배경에는 조선시대 경상·전라·충청 3도의 수군을 지휘하던 통제영이 300년 가까이 자리 잡은 영향이 크다.
통영시 산양읍에는 전국 최초의 어린이 미각도서관인 '꿈이랑도서관'이 있다. 꿈이랑도서관에선 독서뿐만 아니라 통영 특유의 음식문화를 체험하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볼 수 있다. 주 이용대상인 어린이는 물론 자녀와 함께 도서관을 찾는 가족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지역 특성 살려 맛·오감 체험 접목
지난 6월 9일 오전 찾은 꿈이랑도서관. 꿈이랑도서관의 마스코트 '까오', '이랑', '로아'가 도서관 벽면에 그려져 있었다. '파도가 물결치듯 하나하나의 꿈들이 모여드는 모습'이라는 도서관 이름의 뜻처럼 안에 들어서자 파도를 연상케 하는 푸른 복도가 펼쳐졌다.
자료실에는 어린이 도서와 함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알록달록한 의자들이, 유아체험실에는 책과 레고·블록 등 다양한 장난감들이 있었다.
"소시지가 몇 개 탈출했을까요?" 2층에 위치한 요리체험실 '동백의 주방'에서 동화책을 읽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앞치마를 두른 17명의 아이들이 강사가 읽어주는 동화책 '소시지 탈출'을 집중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동화책이 끝난 뒤 아이들은 준비돼있던 파프리카, 양파, 햄 등 재료로 소시지 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린이집 교사들의 지도 아래 재료를 손질하고 빵 속을 파 손질한 재료를 얹었다. 빵이 오븐에서 구워지는 동안 프라이팬 모양의 종이에 저마다의 그림을 그려 넣었다.
지난해 5월 개관한 꿈이랑도서관은 통영의 맛과 오감 체험을 접목한 특화 도서관이다. 1층에는 체험놀이공간, 미식 관련 도서들이 모인 자료실, 북카페가 있다. 2층은 통영 음식문화를 체험하고 직접 요리하는 공간이다.
이용객들은 미각 전시실인 '통영을 봄'에서 통영의 음식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고, 요리체험실 '동백의 주방'에선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본다. 다목적실 '생각이랑 꿈고랑'에선 음식문화를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강연이 펼쳐진다.
어린이 미각 도서관은 '통영의 지역적 특색을 어떻게 살릴까'란 고민에서 출발했다.
김효영 꿈이랑도서관 팀장은 "먹거리가 풍부한 통영의 특성을 어린이 도서관과 어떻게 접목시킬지 고민했다. 기존의 도서관은 책만 보는 곳인데, 색다른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며 "아이들이 책과 연관된 요리를 만들어본다면 교육과 활동의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통영시는 어린이 미각 도서관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통영음식연구소장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다.
이용객 10~20→평일 60·주말 200명
꿈이랑도서관은 지난 1997년 개관해 이용자 수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었던 통영시립산양도서관을 리모델링해 탄생했다. 리모델링 후 도서관 이용객은 기존 10~20명에서 평일 하루 평균 60명, 주말엔 200명으로 크게 늘었다. 노후화, 교통문제 등으로 외면받던 도서관이 지역의 특색을 살린 도서관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김 팀장은 "산양도서관은 시내에 대형 도서관이 최근 생기며 이용률이 더 떨어졌다. 시내에서 도서관으로 오는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있을 정도로 교통도 열악하고, 고령화로 지역 자체가 소멸 위기에 처했다"며 "지금은 가족 단위로 다른지역에서 도서관을 찾기도 하고, 지역 주민들도 아이를 데리고 자주 놀러 온다. 소멸해가는 지역에서 도서관이 역으로 사람을 끌어들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추후 자료실 등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확대하고, 또 다른 미각도서관을 꾸며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요리 등 체험 프로그램의 만족도는 높은 데 반해 자료실, 서가는 한정적이라 그 공간을 확대하고 싶어요. 여건이 된다면 순수 체험만 할 수 있는 또 다른 미각 도서관을 꾸며보고 싶기도 하고요. 앞으로 꿈이랑도서관의 외연이 더 확장되기를 바랍니다."
/이시은·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