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관 하나가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용인 디멘시아 도서관에서 찾아본다. 디멘시아(dementia)는 '치매'를 의미하는 영단어다. 점차 정신(mental)을 잃어(de)가는 상태인 치매는 환자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일상생활을 파괴하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신경과 전문의이기도 한 양현덕 관장은 지난해 3월 최초의 치매도서관 디멘시아를 용인에 열었다. 디멘시아는 지역의 치매 커뮤니티를 추구한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치매관련 서적 1천600권을 이용할 수 있다. 치매를 겪거나 치매 환우를 곁에 둔 사람들은 이곳에서 치매 원인, 종류, 진단, 증상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는 정보가 때로 부정확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반면 이곳에서는 신경과 전문의가 선별한 적확한 정보들을 선별해 접할 수 있다.
"해외 인지감소증 등으로 불려"
신경과 전문의 관장 사비로 열어
치매의 공포에 마주한 시민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디멘시아인 것이다. 이런 장점으로 디멘시아는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통로가 됐다.

치매를 공부하는 의료인부터 치매 예방법을 알고자 하는 사람, 치매 돌봄 수기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는다. 나만 이 병을 앓는 것이 아니라는 공통 감각은 치매를 마주한 이들의 절망을 덜어준다.
사비를 들여 만들어진 디멘시아는 점차 후원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500명 이상이 방문했는데, 치매를 주제로 한 특수 도서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숫자라는 게 디멘시아의 설명이다. 디멘시아는 용인 지역 치매 환우들이 마음 놓고 찾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꿈꾼다.
정확한 정보 전달… 1600권 보유
환자·가족 소통 커뮤니티 역할도
디멘시아라는 이름 자체가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싶은 소망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를 써 치매로 불리는 이 병의 이름을 바꾸자는 소망이다. 디멘시아 도서관은 치매라는 부정적인 단어를 디멘시아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리석어지는 병이 아니라 점차 정신·인지를 잃어가는 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홍콩에선 뇌퇴화증, 대만은 실지증, 일본은 인지증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양 관장은 "도서관이 지역 속에서 치유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치매로 인한 고통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 그 뿐"이라면서 "지역 치매 안심센터와 연계해 각종 사업도 추진하고, 근처 초등학교 학생들을 초청해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시은·이자현·김동한기자 see@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