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낙농업 위기의 원인은 물가 상승과 택지개발에 따른 부지 부족이라는 2가지로 압축된다. 

 

날로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해외 원유 수입은 늘고 있고 택지 개발 면적이 넓어지며 설 자리를 잃어가는 형국이다.

낙농업 최적지 '경기도'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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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 상승·값싼 원유 수입 등으로 나날이 매출이 줄고 있는 국내 낙농업계에 현대화 방역 설비 투입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낙농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오후 평택시 청북읍의 한 젖소 목장에서 관계자들이 착유기로 젖을 짜고 있다. 2022.10.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전국 젖소 농장의 40%는 경기도에 자리 잡고 있다. 우유를 원료로 해 유제품을 제조하는 산업인 낙농업의 특성상 대도시와 가까운 근교 중 교통이 편리한 곳에서 농장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 소재 젖소농장 수는 지난 2017년 1분기 2천704개에서 올해 2분기 2천306개로 줄어들었다.

지난 5년 새 400여개 농가가 문을 닫은 셈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낙농가는 젖소 사료 등의 필수 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사료 가격이 올라 농가의 부담은 커졌다. 이런 외부 요인이 비교적 최근 발생한 것이라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 부분이다.
우크라 전쟁 여파로 농가 부담 커져
작년 우유 자급률 45.7% 역대 최저
2026년 무관세 수입땐 어려움 불보듯

지난해 국산 우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우유 자급률은 45.7%로 역대 최저치를 보였다. 오는 2026년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미국·유럽 우유 및 유제품이 무관세로 수입되기 시작하면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연천 진주목장 박영규 대표는 "작년 초 대비 순이익이 50% 이상 감소했다"며 "우윳값이 조금 인상된다 해도 택도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화성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A씨는 "주변에 그만뒀다는 분들이 워낙 많아 놀랍지 않다"며 "남은 농가들도 몇억 원의 빚을 안고 있다"고 말했다.

활발한 택지개발, 낙농업 위기 부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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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물가 상승·값싼 원유 수입 등으로 나날이 매출이 줄고 있는 국내 낙농업계에 현대화 방역 설비 투입 요구까지 더해지면서 낙농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오후 평택시 청북읍의 한 젖소 목장에서 관계자들이 착유기로 젖을 짜고 있다. 2022.10.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경기도의 택지개발사업과 땅값 상승 역시 또 다른 위기 원인으로 꼽힌다. 택지개발로 농가가 쫓겨나는 경우가 많지만, 목장을 옮기려 해도 땅값이 상승한 데다 남은 부지가 없어 운영을 그만두게 되는 것이다. 어렵게 이사할 곳을 찾더라도 악취, 분뇨 처리 등의 이유로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도 한다.
개발 이주시 땅값 비싸 설자리 잃어
악취·분뇨처리 등 이유 주민 반대도

평택 유옥목장 곽진영 대표는 "유럽처럼 넓은 초지를 갖고 목장을 운영하면 좋겠지만 수도권은 땅값이 비싸다. 낙농업은 도시를 개발하며 밀려나는 업종이 돼버렸다"며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 토지를 확보해가며 낙농업을 육성해줬다면 힘들지 않았을텐데 수도권에 몰려있다보니 오분 처리, 환경 문제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경기도는 택지개발이 많이 돼서 땅은 줄어드는데 동네 가운데다 허가를 내주니 민간인이 농가와 자꾸 부딪힌다. 원래 농가가 있었던 곳에 이사를 와놓고 냄새난다고 민원을 넣는다. 이제 부지를 구할 수도 없어 여기에 택지개발을 한다고 하면 폐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자현기자 naturele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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